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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신비의 물빛 되살아난 중국 최후의 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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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자이거우

요즘에도 비경이 남아 있습니다. 지구가 누천년 세월을 꼭꼭 숨겼다가 어느 날 불쑥 선물처럼 꺼내놓은 천상의 풍경이 있습니다. 주자이거우(九寨溝). 중국 쓰촨(四川)성 장족(티베트족) 자치주 안 해발 2140~4558m 산악지대에 틀어박힌 55㎞ 길이의 계곡을 이릅니다. 우리에겐 구채구가 더 친숙한 이름입니다.

구채구는 중국 최후의 비경으로 불립니다. 1975년 어느 벌목공이 산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했다지요. 이전까지 구채구는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대대로 계곡에 살던 장족도 이때 한족을 처음 접했다고 합니다. 구채구는 197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구채구의 주인공은 물빛입니다. ‘구채구 물을 보면 다른 곳의 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구채구 물빛은 어떠한 형용도 거부합니다. 그저 감탄만 낳게 할 뿐입니다. 300만 년 전 빙하 녹은 물에 탄산칼슘 성분이 섞여 물에 잠긴 나무도 썩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 신비의 물빛이 돌아왔습니다. 2017년 쓰촨성 강진으로 폐허가 됐던 구채구가 복원사업을 거쳐 대부분이 회복됐다고 합니다. 자연의 힘이 이렇게 위대합니다. 우리의 일그러진 일상도 구채구 물빛처럼 돌아올 날이 있겠지요.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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