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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남매 태어나자 아빠 격리됐다···늑대 태어난 전주동물원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가 어미 '달이'의 젖을 먹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가 어미 '달이'의 젖을 먹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늑대 5남매 탄생…1978년 문 연 전주동물원 최초

전북 전주동물원에 경사가 났다. 지난 4월 20일 늑대 새끼 5마리가 태어났다. 6세 암컷 '달이'와 12세 수컷 '별이'가 부모다.

전주동물원서 태어난 늑대 5마리 #6세 '달이'와 12세 '별이'가 부모 #1978년 동물원 문 연 이후 처음 #암컷 3마리·수컷 2마리 5남매 #이름은 건지·황방·가련·남고·천마

 1978년 전주동물원이 문을 연 이후 이곳에서 늑대가 태어난 건 처음이다. 태어난 지 4개월 된 늑대 5남매는 암컷 3마리와 수컷 2마리다. "몸무게 15㎏, 몸길이 55㎝ 안팎으로 성장했다. 성체 크기의 80% 수준으로 모두 건강하다"고 동물원 측은 전했다.

 전주동물원은 4일 "잠정적이지만 추석 전후로 동물원 문을 다시 열면 지난 4월 '늑대의 숲'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를 시민들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전주동물원은 지난달 24일 늑대 5남매를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자 지난달 21일부터 한시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새로 태어난 늑대 5남매 이름은 건지·황방·가련(이상 암컷), 남고·천마(수컷)다. 동물원이 있는 전주를 둘러싼 산 명칭에서 따왔다. 늑대들을 돌보는 김광수 사육사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14년 5개월 경력의 베테랑인 김 사육사는 "늑대들이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점을 고려해 부르기 쉽고 알기 쉬운 이름을 고민했다"며 "최근 사람들이 '웰빙'을 위해 등산을 많이 하는데 전주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주변 산 이름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가 어미 '달이'의 젖을 먹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가 어미 '달이'의 젖을 먹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 [사진 전주동물원]

지난 4월 전주동물원에서 태어난 늑대 5남매. [사진 전주동물원]

"몸무게 15㎏, 몸길이 55㎝…새끼 모두 건강"

 현재 어미 '달이'와 새끼 5남매는 '늑대의 숲' 1방사장(1652㎡), 아비 '별이'는 바로 옆 2방사장(1223㎡)에서 지낸다. "가능성이 낮지만 '별이'가 새끼들을 해칠 수 있어 분리했다"고 동물원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두 방사장이 붙어 있어 망 사이로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주동물원 '늑대의 숲'에는 '달이'네 가족 7마리에 더해 15세 수컷 '늑송이'까지 늑대 8마리가 산다. 할아버지 늑대인 '늑송이'는 내실 쪽에서 홀로 지낸다. 수컷끼리 두면 잘 놀다가도 어느 순간 싸우기 때문에 동물원 측이 일부러 같은 수컷인 '별이'와 떨어뜨렸다고 한다.

"'달이'가 키워…새끼들부터 고기 먹여" 

 그동안 전주동물원에서는 늑대를 모두 타 지역에서 데려왔다고 한다. '달이'는 부산동물원, '별이'는 대전동물원에서 각각 지난해 3월과 7월 전주동물원에 왔다. 늑대 5남매는 이런 '달이'와 '별이' 사이에서 탄생했다. 새끼 늑대들은 출산 이후 어미인 '달이'가 자연 포육(哺育)을 통해 한 마리도 폐사시키지 않고 키우고 있다. 포육이란 동물이 새끼를 먹여 기르는 것을 말한다. 서세현 전주동물원장은 "'달이'는 초산이지만 새끼들을 잘 돌본다"며 "밥 먹을 때도 새끼들을 먼저 먹이고 옆에서 지켜본 뒤 본인은 나중에 먹을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고 했다.

 생후 한 달 전후까지 젖을 먹던 늑대 5남매의 주된 먹이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다. 하루 한 끼를 먹는다. 처음에는 사육사가 고기를 잘게 썰어 놓으면 '입질'을 하고 장난을 치더니 옆에서 어미 '달이'를 보며 먹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닭고기는 위에서 살부터 먹은 후 뼈를 아삭아삭 씹고, 돼지고기 덩어리는 한쪽씩 베어 먹는 식이다.

늑대 5남매 중 한 마리가 '늑대의 숲' 방사장에서 뛰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늑대 5남매 중 한 마리가 '늑대의 숲' 방사장에서 뛰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숲에 숨길 좋아하는 5남매…"야생성 훈련 중" 

 늑대 5남매는 지난달 종합 백신 접종을 마치고 방사장에서 적응 훈련 중이다. 아직 일정한 지역만 다니고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김 사육사는 "새끼들이 산죽나무(조릿대)가 우거진 숲 좁은 공간에 숨는 걸 좋아한다"며 "협소한 공간을 좋아하는 건 포유동물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끼들이 방사장을 고루 다니고 근력 운동을 할 수 있게 먹이를 군데군데 숨겨두거나 여러 군데에 나눠 준다"며 "사냥한다는 개념으로 야생성을 길러주는 게 훈련 초점"이라고 했다.

 전주동물원 측은 "동물원에서 늑대가 태어난 건 사육장을 야생 서식지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으로 바꾼 결과물"이라고 했다. 전주동물원은 경기도 이남 동물원 중 규모(12만6000㎡)가 가장 크다. 코끼리 등 포유류·파충류·어류 등 약 100종, 총 600여 마리가 산다. 그동안 시민 휴식 공간으로 사랑을 받으며 연간 60만∼80만명이 찾고 있지만, "낡은 시설과 동물복지·동물행동학을 고려하지 않은 동물사(舍)"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늑대 5남매 중 한 마리가 '늑대의 숲' 방사장 내 산죽나무 숲에 숨어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늑대 5남매 중 한 마리가 '늑대의 숲' 방사장 그늘에서 쉬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늑대 5남매 중 한 마리가 '늑대의 숲' 방사장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사진 전주동물원]

"늑대 출산…야생과 비슷한 환경 바꾼 결과물" 

 이에 전주시는 2015년부터 콘크리트로 된 동물사를 걷어내고 흙·나무를 최대한 이용한 생태동물원 조성 사업에 나섰다. 동물원 내 동물들이 야생성을 되찾고 원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동물은 단순 볼거리가 아닌 인간과 교감하는 존엄한 생명인 만큼 동물원을 동물이 주인인 공간이자 시민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2016년 5월 공개된 호랑이·사자 우리는 과거보다 2배 넓어져 맹수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됐다. 2017년 완공된 '늑대의 숲'은 늑대들이 충분히 쉬고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 사육사는 "옛날엔 늑대들이 작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 포육이 불가능했다"며 "환경이 바뀌면서 5남매가 태어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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