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김정은, 선군·선경 놓고 저울질···추가 제재 부를 도발 삼갈 것”

중앙일보

입력 2020.09.05 05:00

업데이트 2020.09.06 22:33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중앙포토]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중앙포토]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는 4일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불러올 정도의 군사적 도발은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군과 선경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美 대선 전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⑤
조동호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이화여대 교수

조 교수는 중앙일보와 하반기 외교안보 전망 인터뷰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지도자의 가장 큰 관심은 정권의 안정적 관리”라며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내부 안정에 주력한 뒤 경제에 방점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안정화를 위해선 외부 자본과 노동력 투입이 절실하기 때문에 북한이 2018년 남북, 북·미 대화에 나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현재 선군(先軍)의 유혹을 느끼면서, 선경(先經)과 갈림길에 있겠지만, 도발에 나설 경우의 큰 비용과 리스크를 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 인터넷 매체인 38노스가 공개한 지난달 31일 평양 미림비행장의 모습. 북한이 다음달 10일 당창건 기념일을 기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38노스 캡처]

미국의 대북 인터넷 매체인 38노스가 공개한 지난달 31일 평양 미림비행장의 모습. 북한이 다음달 10일 당창건 기념일을 기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38노스 캡처]

-북한이 하반기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나. 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까.

=김 위원장은 군사적 카드인 도발을 놓고 끊임없이 할지 말지 저울질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군의 유혹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는 선군이었는데, 선군으로 회귀한다면 군대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 없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인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니 경제와 핵을 병진하는 카드를 꺼냈고, 결국 핵 문제 때문에 경제가 안된다. 경제 정상화를 위해선 외부 자본 유치가 핵심인데 핵 개발을 하면서 대북제재로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핵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선경으로 갔다. 남북, 대미 관계를 통한 시도였지만 지난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결국 이 전략도 실패했다. 현재는 장기전과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경에선 후퇴했다. 이제 다음 국면에서 선경이라는 가능할지, 차라리 선군으로 가서 하는 게 더 나은 게 아닌지를 놓고 저울질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전략적 도발이 더 좋을지 나쁠지를 끊임없지 계산할 것이고, 선군노선에 대한 검토는 강화하겠지만, 유엔안보리가 소집돼 추가 제재를 불러올 정도의 핵실험과 같은 전략적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약하게 한다거나, SLBM 발사 정도가 되지 않겠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미 대선 전 10월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미 9월이다. 시간상으로 부족하고, 코로나19로 장소도 마땅치 않다. 김 위원장이 워싱턴에 가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로 와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든 김 위원장이든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인(incentive)의 문제가 있다.

김 위원장은 조건이 맞으면 언제든 정상회담을 희망할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무조건 질 것 같으면 정상회담이라도 해서 반짝 쇼를 시도할 텐데, 미국 대선에서 북한 요인이 득표에 도움이 될까. 시간·장소·유인 모두 현 상황이 그대로 간다면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계속 시도하는 데 북한이 움직일까.

=북한입장에서 남북관계에 호응하려면 북ㆍ미 간 먼저 가닥이 잡혀야 한다. 실천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면 한국이 쫓아온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북·미 전에 남북관계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북한이 지난 6월 16일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했다. 북한은 다음날 노동신문에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북한이 지난 6월 16일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했다. 북한은 다음날 노동신문에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북한은 지난 6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남북한 통신선 차단과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상징인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으로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달을 봐야 한다.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 최근 다양한 접근을 하며 ‘우회 전략’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개별관광이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전략을 펴겠다는 것인데, 법정신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 법에 살인죄와 절도죄 같은 게 있다고 치자, 그럼 다른 범죄는 해도 된다는 것이냐.

제재의 정신은 경제적으로 압박해 비핵화를 하자는 것 아니냐, (대북제재) 리스트에 없어도 (제재) 정신에 맞냐를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나라가 한국을 뭐로 보겠나. 유엔 결정은 국제사회가 지켜야 하는 규범이다. 제재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회 전략이 아니라 대북제재의 구조를 바꾸는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나.

“미국을 설득하는 방법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제재를 해봤더니 효과가 있냐, 인민들만 어려운 것 아니냐. 포괄적인 제재가 아니라 표적 제재를 하고 제재의 목적이 핵과 미사일이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설득이 필요하지 않겠나.

(현재 제재는) 경제 제재가 아니라 봉쇄라는 논리를 대건, 제재를 완화하건 제재는 하더라도 남북한 간의 기본적인 교류협력을 통으로 면제를 해주고 사후 모니터링을 하거나 구도를 바꿔 나가야 한다. 제재는 그대로 두고 쌀·설탕과 맥주를 바꾸는 건 일회성 이벤트다. 사진은 찍을 수 있겠지만 바뀌는 건 없다. 일회성 이벤트에 집착해선 안 된다. 개별관광도 마찬가지다. 사람 몇십명, 몇백명이 가봐야 시범관광 규모다. 코로나19 때문에 몇 명이나 가겠나. 남북정상회담 보다는 한·미 정상회담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박봉주 북한 국무위 부위원장이 태풍 '바비'로 피해를 본 황해남도 장연군 협동농장을 찾아 복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봉주 북한 국무위 부위원장이 태풍 '바비'로 피해를 본 황해남도 장연군 협동농장을 찾아 복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북한 경제 상황을 평가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소나기를 오래 맞고 있다. 젖어 들지 않겠나.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무연탄이나 의류 임가공을 막으면서 2015년에 비해 70~80%의 수출이 막혔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일부 호전되고 있다는 통계도 있는데 워낙 제재가 세니 기저효과(기준 시점에 따라 실제보다 부풀려져 보이는 현상)일 수 있다.

다만, 지난해 농업생산이 증가하고 건설업이 증가했다. 인민생활의 의식주와 연관된 성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와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나.

경제성장은 아웃풋(output)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인풋(input)이나 생산성을 늘려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효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뒷받침해줄 설비가 없으면 한계가 있듯이 결국 자본이 있어야 한다.

인풋의 핵심은 자본과 노동이다. 만리마(萬里馬) 속도 등 쥐어짜기와 더불어 군대를 경제에 투입했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건 노동 인풋인데 핵심은 자본에 있다. 결국은 외부에서 돈이 와야 한다. 대외관계 개선을 통해 외부자본 유치 전략으로 간 것이고, 문 대통령이 설득했지만, 북한의 핵 때문에 안됐다”

-더 죄면 북한이 나올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선군의 유혹이 그런 거다. 갈림길에 있는 것이다. 나갈 것이냐, 보수들이 말하는 것처럼 죄면 나올 것이냐, 죄면 '에이 썅'하고 핵실험을 하고 막갈 것이냐. 이래도 계속 모른 척할 것이냐다. 옥죄고 나올 것 같으면 그렇게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 정부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았다. 꼭 해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이미 남북관계에서 학습효과가 있다. 임기 말에 무리한 남북관계 추진이 역효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임기 말 정상회담을 한 번 더 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도하다 보면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적절한 시기에 하는 정상회담이 의미 있다. 그렇지 않으면 후유증을 낳게 된다.

반대로 북한 문제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와 남남갈등의 완화는 정부가 마지막까지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도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대미, 대일, 대중 정책에 있어 보수와 진보가 갈린다. 밖에서(외교) 잘하려면 국내 이견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밀어붙이기로 나가면 추진력도, 내부 지지도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외교·안보가 지금 정부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 그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가야 한다. 지금 당장 직접적인 성과가 작다고 해도 기반이 되는 국민적 공감대 확산에는 진전이 있었다는 게 더 큰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훗날 대한민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겠나.”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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