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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합의” 전공의들 반발, 의료 공백 해소될지 미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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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03면

긴박했던 의·정 합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7일로 예고했던 집단행동(파업)을 취소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다만 전공의·전임의로 구성된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정 합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어 의료 공백이 완전히 해소될지 미지수다.

비대위 반발 속 3번 옮겨 서명 #의대 증원 등 의정협의체서 논의 #전공의 고발 취하, 국시 접수 연장 #최대집 “좋은 방향 선택이 내 역할”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4일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 서명식을 갖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의료계가 반대해온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 중단 등 5가지 사항이 담겼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하기로 했다. 협의 과정에서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 논의 결과를 존중하고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양측은 또 지역 수가 등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 협의체 구성에도 합의했다. 의협이 철회를 주장했던 ‘의대 증원, 공공 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등 4대 정책도 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복지부와 의협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조하고 의료인을 보호하고 의료기관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집단행동을 멈추고 진료현장에 복귀하기로 약속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명식 이후 브리핑에서 “그동안 국민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취소했던 의대생은 시험을 다시 접수해 응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이 의료현장 복귀를 약속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업무 개시 명령 미이행으로 고발했던 전공의 전원 6명에 대한 고발조치를 취하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또 4일까지였던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재접수 기한을 6일 24시까지로 연장할 예정이다. 기존 11월 10일까지 하기로 했던 시험 기간도 11월 20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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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이 이런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의협과 의료계의 한 축인 전공의단체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 안 된 합의문이라며 반발했다. 전공의·전임의로 구성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합의문 서명 일정이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의협과 달리 단체행동 지속 가능성도 내비쳐 대형 종합병원, 대학병원의 의료 공백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4대 정책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달 21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단체의 반발로 이날 서명식은 오전에서 오후로 세 차례 시간과 장소가 변경됐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다가 오후 1시로 바뀌었고, 일부 전공의들이 서명식장을 점거해 2시30분으로 계속 연기됐다. 박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오후 1시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서명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전공의 30여명이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복도를 막아섰다. 오후 1시10분쯤에는 전공의가 70~80여명으로 늘어 건물 엘리베이터까지 막혔다. 오후 1시30분이 돼서야 박 장관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도착했지만, 전공의들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몰려 장관이 내리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정부와 의협은 장소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예정보다 90분이 지난 오후 2시30분에야 서명식을 할 수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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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협 회장이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지만, 집단 휴진을 멈출지는 미지수다. 최 회장은 이날 유튜브에 대회원 담화문을 발표하며 “젊은 의사들의 당혹감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철회’라고 하는 두 글자를 얻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설령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고발당한 전공의를 비롯해 복지부가 고발을 미루고 있는 수백명의 전공의, 4일을 마지막으로 시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는 시기와 방법, 추후 대응 등을 정하기 위해 전공의 뜻을 모은 후 오는 7일 회의를 할 계획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어떤 행동을 추가로 취할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모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대전협 공식 행동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와 의료계 합의에 대해 “집단 휴진이 장기화되며 국민께서 걱정이 크셨을 텐데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계 편 가르기 논란을 의식한 듯 의사에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의사들의 헌신과 노고가 있었기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최일선에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SNS 메시지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고 쓰러지는 의료진들은 대부분 간호사”라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감사와 위로의 메시지였을 뿐 (의사와 간호사로) 의료진을 나누려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윤·김은빈·김나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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