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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157명으로 늘어, 서울 빈 병상 5개 ‘한계 임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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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04면

코로나19 환자 치료 비상

서울시는 중증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 1일 적십자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중증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 1일 적십자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4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는 157명이다. 전날보다 3명이 더 늘어난 수치다. 위중 환자는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에크모(ECMO·인공심폐 장치) 등을 쓴다. 중증 환자는 자가호흡은 가능하다. 하지만 폐렴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치료가 필요하다. 지난달 19일 12명이었던 위중·중증환자는 20여일 만에 1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중증환자는 확 늘었지만 이들을 치료할 병상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인천 병상 1개, 경기도 3개 남아 #전문가 “음압 병상 당장 늘려야” #제빵점도 포장·배달만 허용 #직업훈련기관도 비대면 수업

이날 서울시는 “중증환자 병상 187개 중 182개는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가용병상은 지난 2일 10개였는데 하루만에 절반인 5개로 줄어든 것이다. 남은 병상 5개 중에서도 인력과 장비가 완비돼 중증 확진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2개뿐이라고 한다. 병상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수도권 다른 지역도 중증환자 병상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 1개, 경기도 3개 병상만 확진자가 입원 가능한 상태다.

최근 대책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도 중증환자 병상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2일 기준 대전·경기·강원·충남·전북 5개 시·도의 경우 남은 중환자 병상은 ‘0’개다. 이런 사정 탓에 광역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병상 ‘품앗이’ 방안까지 나왔다. 자가호흡도 어려운 위중 환자를 앰뷸런스에 태워 수십㎞를 가야 하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광역시라고 사정이 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최근 고령층 환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증 환자가 증가해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행사나 모임을 자제하고 상담이나 교육도 비대면으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시는 지난 3일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음압 병상 중 여유 병상은 부산대병원 1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중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중증 환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 주말까지는 위중·중증환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주에서 10일 이내에 상태가 악화하는 환자가 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늘면 그중 10~15%가 1~2주 후에 위중 환자가 되고 3주째엔 사망자가 속출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증환자 치료 병상을 미리 준비해야 했는데 여전히 닥쳐서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도 중증환자 병상 부족에 시달리는데 독감까지 발생하면 손쓰기 어렵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중환자실은 하루아침에 늘리기 쉽지 않다. 민간병원의 협조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향후 1~2년 동안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비록 사용을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음압 병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당장 쓰임새가 없다고 해서) 정부가 헛돈 쓰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병실이 제일 많은 나라다. 정부가 민간병원과 긴밀히 협력해 중환자 병실을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데 뒤늦게 좇아가는 형국이 안타깝다”면서 “독감 유행에 대비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도 시급한데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중증환자 병상 문제만큼 골치 아픈 건 인력이다.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에는 숙련된 호흡기 전문의와 중환자 전문 간호사가 필요하다. 게다가 일반 중환자실보다 코로나 중환자실은 1.3배의 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인공호흡기 등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료진은 많지 않다”며 “경험 있는 의사, 간호사들로 예비군과 같은 팀을 만들어 관련 장비를 다루는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편 수도권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13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되고, 전국의 2단계 거리두기 조치는 20일까지 2주간 연장된다. 수도권 2.5단계는 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큰 상황을 고려해 연장 기간을 1주일만 추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만 일부 조치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에 대해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포장·배달만 허용하는 기존의 조치는 계속 유지된다. 여기엔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도 포함된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음료전문점 대해선 낮에도 포장·배달만 허용하는 조치가 유지되는데, 여기서 적용 카페 범위를 프랜차이즈형 제과제빵점과 아이스크림점까지 확대한다. 예컨대 기존 조치에서는 스타벅스에서 포장·배달만 되고, 파리바케트에서는 음료 섭취가 가능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커피전문점과 동일하게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또 학원과 유사한 형태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직업훈련기관에 대해서도 집합금지조치를 추가해 비대면 수업만 허용키로 했다. 전국 2단계 조치는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금지, 클럽·노래연습장·뷔페 등 고위험시설 12종과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 중단 등과 같은 기존 조치가 20일까지 이어진다.

교회 예배는 수도권은 비대면 예배를 하고, 그 외 지역은 집단감염이 발생 중인 교회의 경우 비대면 예배를 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했다. 그 밖에 교회는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에서 자체 판단하도록 했다.

김민욱·최은혜·김나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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