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 다이어리

“눈 깜박·헛기침 그만해” 아이 질책하면 더 심해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09.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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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26면

[아이 마음 다이어리] 틱 장애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바깥에 어떤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날은 수찬이가 대기실에 앉아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후두를 긁는 것 같은 큰기침 소리가 빠르고 반복적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인 수찬이는 틱 장애로 3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나를 처음 찾아온 건  초등학교 5학년 가을이었다.

의지와 관계없이 반복 행동·소리
여러 유전적 요소 오작용이 원인
4~6세 발생, 청소년기 50% 호전

전조 증상 느끼면 팔짱 끼기 등
경쟁 반응 행동으로 대치 훈련
행동·약물 치료 병행하면 효과

“어머님, 수찬이가 예약한 당시에 비해 요새 많이 좋아진 건가요?” 나는 물었다. “예. 2~3주 전부터 좀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기 오는 지하철 안에서도 계속 행동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선생님 앞에서는 안 하네요. 증상이 심했을 때 동영상 찍은 게 있는데 보여드려도 될까요?” 엄마는 준비했다는 듯이 재빨리 스마트폰의 동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수찬이의 뒷모습이었다. 목을 왼쪽으로 반복적으로 돌리고 오른쪽 어깨를 빠르게 들썩이는 행동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옆에서 찍은 영상에는 입을 쩍쩍 벌리는 모습도 있었다.

1년 이상 지속되면 ‘투렛 증후군’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수찬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3~4주 동안 눈을 자주 깜박이고 코를 자꾸 킁킁거려 안과·이비인후과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비염 진단을 받고, 항알레르기약을 단기간 복용하고 처치를 받으면서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그 후 가끔 눈을 깜박이고 킁킁대기는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호전되었기 때문에 아이도 부모도 크게 걱정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가 주로 환절기에 심해지다가 시간이 흐르면 약해지므로 당연히 만성적인 알레르기성 증상이라고만 생각했다.

수찬이는 4학년 겨울방학에 아빠의 본사 발령으로 대도시로 이사했고 전학도 했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동네 친구들과 헤어지고 모든 것이 변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어릴 때부터 잔걱정과 겁이 많았던 수찬이는 처음 만난 친구들과 친해지기 어려웠다. 게다가 전학 온 학교의 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밖에 나가 놀지 않을 정도로 학구열이 넘쳤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학업 성취가 기대한 만큼 좋지 않아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찬이는 이전에 살았던 동네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만 갔고 원치 않은 전학을 한 것에 대해 불만과 원망이 가득했다.

“수찬아, 당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뭐니? 세 가지만 이야기해볼래?” 두 번째 진료시간에 내가 물었다. “첫째는 전에 살았던 동네로 다시 이사 가고 싶어요. 둘째는 예전 학교 친구들과 만나고 싶고, 셋째는 지금 학교는 안 다니고 싶어요.” 수찬이가 대답했다. 소원 모두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수찬이의 틱 증상은 6세에 시작했지만, 눈에 잘 띄지 않고 사라졌기에 알레르기 문제로 여겨졌다가, 5학년이 되어 전학을 계기로 불안과 긴장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나빠졌다.

‘틱’이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고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운동 틱은 주로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에서 시작되는데 위치나 방식은 변하고 옮겨 다닌다. 눈 깜박임이 가장 흔한 운동 틱이다. 음성 틱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빠르게 내는 것을 말하며, 킁킁거림이나 헛기침이 가장 흔하다. 수찬이 역시 초기 증상은 눈 깜박임과 헛기침이었다.

운동 틱과 음성 틱이 모두 나타나고 증상이 1년 이상 지속할 경우 투렛 증후군(Tourette syndrome)이라고 한다. 이 병명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신경과 의사 조르주 질 드 라 투렛(Georges Gilles de la Tourette)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의 스승이었던 신경의학자 장 마르탱 샤르코가 9명의 틱 증상 사례를 보고한 제자인 투렛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투렛 증후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틱은 아동의 15~20%에서 보일 정도로 흔한 편이지만 투렛 증후군은 1000명당 3~6명 정도 발생한다. 틱 증상은 보통 4~6세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10~12세에 가장 심한 상태에 도달했다가 30~50%는 청소년기 이후 호전되고 50%는 성인기가 되면서 사라진다.

틱 장애 및 투렛 증후군 임상적 결과

틱 장애 및 투렛 증후군 임상적 결과

틱 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전적 요소가 가장 크다. 한 가지 유전적 요소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뇌 기저신경절 영역의 흥분성-억제성 신경계에 불균형이 생기고 운동 통제 기능에 오류가 생겨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반복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환경적 요인과 심리적 스트레스도 틱 증상의 악화와 완화에 영향을 준다. 심리적 원인만으로 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하거나 흥분된 상황에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일 때 아이가 참을 수 있는데도 일부러 행동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제발 그만 좀 할 수 없니?”라고 나무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의 질책에 아이는 틱 행동을 안 하려고 애쓰는데 이러한 노력이 오히려 틱 행동 직전의 충동인 ‘전조 감각 충동’을 더욱 증가시킨다. 전조 감각 충동이란 문자 그대로 증상 발현 전에 나타나는 전조증상 같은 것으로, 틱 행동을 하기 직전에 올라오는 신체적 감각이다. 전조 감각 충동을 느끼면 틱을 해야만 그것이 해소되는데 충동이 많아질수록 틱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부모에게 아이의 틱 행동에 대해 나무라지 말고 무관심하도록 교육하는 이유다.

전조 감각 충동은 행동치료 시 파악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특정 부위가 간질거리는 느낌, 몸 전체가 긴장되고 꽉 조이는 느낌,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과 같은 감각이다. 틱 장애 환자의 90% 이상이 이러한 전조 감각 충동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환자가 이 충동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행동치료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틱 장애의 대표적 행동치료인 ‘습관 반전 기법’은 환자가 전조 감각 충동을 느낀 순간 틱과 양립할 수 없는 ‘경쟁 반응 행동’을 하게 만들어 틱 행동을 중화하는 방법이다. ‘경쟁 반응 행동’으로는 틱 행동보다 자연스럽고 사회적으로 눈에 덜 띄는 행동을 선택한다.

수찬이는 틱을 하기 직전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답답하고 간질거리는 느낌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나는 그 느낌이 틱 행동을 예고하는 전조 감각 충동임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인식시켰다. 또한 그 충동이 느껴질 경우 ‘양팔을 반대 겨드랑이에 넣어 팔짱 끼기’라는 ‘경쟁 반응 행동’을 하도록 훈련했다. 수찬이는 이 방법을 무척 흥미로워했다. 팔짱을 끼면서 “저 너무 건방져 보이지 않나요?”라며 농담도 했다.

틱 전조 감각 충동 인지 훈련도

나는 “팔짱 끼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양손 깍지 끼고 허벅지 위에 올리는 행동도 괜찮아”라며 다른 경쟁 반응 행동을 제안했다. 수찬이는 집에서도 엄마의 도움을 받아 틱 직전 ‘전조 감각 충동’ 인식하기와 ‘경쟁 반응 행동’으로 대치시키기를 연습했다. 수찬이는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것에 매우 뿌듯해했고 부모 또한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에 만족했다.

틱 장애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지만 행동치료를 병행할 경우 치료 반응이 훨씬 좋아진다. 3년 전 처음 만난 수찬이의 부모에게 교육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찬이가 하는 반복적 움직임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증상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틱 행동 자체를 나무라지 마세요. 다만, 아이가 틱 행동을 통해 하기 싫은 일을 피하지 않게 해주세요. 예를 들어 숙제해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틱을 하면서 TV만 보고 있을 땐 아이에게 이제 숙제할 시간이 되었음을 주저 없이 알리세요. 틱 행동 이후의 결과가 뜻밖에도 해야 할 일이 면제되는 것이라면 아이의 틱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수찬이는 내년에 중2가 된다. 사춘기가 지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틱이 자연스럽게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등장인물을 가명으로 처리했고, 전체 흐름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내용을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가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 저서로는 『아이는 언제나 옳다』, 『엄마 나는 똑똑해지고 있어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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