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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가 '깜짝' 놀랐다고? 지나친 유튜브 '국뽕' 콘텐트, 근원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의 OO?", "깜짝 놀랄 OO 해외반응", "전 세계가 한국 OO에 열광한 이유"

요즘 유튜브에서 위와 같은 제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명 '국뽕' 콘텐트인데요. '국뽕'은 국가와 마약의 일종인 '히로뽕(philopon)'을 합친 단어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에 도취되어 있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ㅈㅂㅈㅇ]

국뽕 콘텐트가 다루는 소재는 K팝, 스포츠, 방역, 화장품, 패션, 거리풍경, 경제 등 다양합니다. 조회 수도 꽤 높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에서 한국이 이렇게 잘나가고 있다' 는 제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눌러보게 되는 경우가 많죠.

한 유명 채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치안'에 대해 얘기하는 영상에 달린 댓글들. 유튜브 캡처

한 유명 채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치안'에 대해 얘기하는 영상에 달린 댓글들. 유튜브 캡처

댓글에도 "이래서 한국이 짱이다", "외국은 이래서 별로다" 등 자부심 넘치는 댓글이 가득 달립니다. 시청자들은 국뽕 콘텐트를 통해 외국을 타자화하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다집니다.

'국뽕' 콘텐트의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족주의' 정서가 발현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류웅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은 과거에 꽤 오래 식민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족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의 평가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요즘은 워낙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다 보니 국가적인 가부심을 통해 현실의 열세감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어 더 열광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유튜브에 '해외 반응'이라고 치면 가장 상위권에 나오는 세 영상이다. 세개 모두 다른 채널이지만 비슷한 썸네일과 내용을 보여준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해외 반응'이라고 치면 가장 상위권에 나오는 세 영상이다. 세개 모두 다른 채널이지만 비슷한 썸네일과 내용을 보여준다. 유튜브 캡처

하지만 도가 지나친 국뽕 콘텐트들도 종종 보입니다. 이 콘텐트들은 제목에 '충격적', '기적적', '깜짝 놀랄' 등등의 수식어를 붙입니다. 섬네일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외국을 비난하거나, 과장하거나,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국뽕'을 느끼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셈이죠.

심지어 '가상 해외반응'을 만드는 채널들도 등장했습니다. 해당 채널들은 '우리나라 가수의 영상을 해외 연예인들이 본다면'을 주제로 각종 영상을 짜깁기합니다. 우리나라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 해외 연예인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눈물을 흘렸던 모습 등을 합치는 겁니다. 한마디로 '가짜 해외 반응'인 셈입니다.

이런 채널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돈'이 잘 벌리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채널 '랭킹도서관'이 국뽕 채널들 수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 채널의 월 수익은 8826만원에 달합니다.

류웅재 교수는 "한국이 과거에 많은 외침(外侵)을 경험했기 때문에 (국뽕 콘텐트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류 교수는 분명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개방적인 글로벌 사회에서 과도하게 배타적, 획일적, 전체주의적 측면으로 갈 수 있다"며 "차이나 다양성을 억압하고 역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과 소비자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성찰하고 공론장의 영역에서 논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범람하는 유튜브 '국뽕' 콘텐트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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