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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공공의료와 납세자 세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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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 서명식을 갖고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의협은 7일 예고했던 집단행동(파업)을 취소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갈등이 봉합됐지만,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이해 당사자와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정부의 단견, 비판을 면치 못합니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 휴진이라는 단체행동으로 맞선 의료진도 비난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출입문 앞에서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출입문 앞에서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정부ㆍ여당과 의협 등은 이제 시간을 갖고 원점에서부터 차근차근 논의해야 합니다. 훈수 두겠습니다. 양 측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동기 부여라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협의체를 운영해야 합니다. 정부 안대로 지방에 10년 간 의무 복무할 의사를 길렀다고 합시다. 그 의사가 10년 후에 해당 지역에 남겠습니까. 일부 사명감과 신념으로 무장한 의사는 남을지 몰라도 대다수 의사는 의무 복무가 끝나면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옮겨갈 겁니다.

이들 의사를 비난할 수 있습니까. 30ㆍ40대 중장년이 되면서 이들도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키워야 합니다. 문화생활 등의 욕구도 커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지역을 떠나느냐고 비난해봤자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의료 취약지역은 규모의 경제가 안 되는 곳입니다. 환자가 적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공공의료는 확충해야 하지만 문제는 비용과 효율 아니겠습니까. 지역에 의료진이 부족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죠. 그렇다고 의료진의 희생과 사명감을 앞세워 강제 복무나 강제 전공에서 답을 찾으려는 건 길을 한참 잘못 든 것입니다.

결국 인센티브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지역별 차등 수가제 도입, 민간 병원 투자 시 보조금 지급, 첨단 의료 장비 제공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의 세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권역별로 공공의료원을 확충하고, 의료진을 채용하려면 나랏돈을 투입해야 합니다. 주인 없고 나랏돈으로 유지되는 기관의 운영이 방만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건 자명하죠.

이런 문제를 받아들이고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당ㆍ정ㆍ의협 협의체의 논의는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전국에 균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곳에는 납세자가 낸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합니다.

착한 정책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 낙후한 지역에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착한 의도, 취지는 알겠는데 인간의 본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웠다가는 부작용만 속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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