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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NG, 이제 버블 터질 때?…"미국 주식, 분산투자하라"

중앙일보

입력

간밤 미국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일(현지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51%, 나스닥 지수는 4.96%,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78%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는 88만 건으로 팬더믹 이후 최저치였다. 시장 예상치(95만 건)보다도 괜찮았다. 지표가 나쁘지 않은데 지수가 추락한 배경엔,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끈 대형 기술주들의 곤두박질이 있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증권가.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증권가. AFP=연합뉴스

테슬라와 애플 주가는 각각 9%, 8% 떨어졌다. 테슬라는 1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후 3일 연속 하락세다. 애플도 CEO인 팀 쿡이 3억 달러 가까운 주식을 팔았단 소식이 알려진 후 기세가 꺾였다. 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도 5% 넘게 빠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던 테슬라와 애플의 주요 주주와 내부자의 주식 매도 소식이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켰다"고 봤다. '버블 공포' 심리는 다른 종목으로도 번졌다. 제약·바이오·산업재 등 연초보다 급등했던 데는 이 날 많이 떨어졌다.

지나가는 조정일까 위기의 시작일까

핑계가 될 뚜렷한 악재는 없었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급락 이유로 설명할 만한 배경 요인의 급변은 관찰되지 않았다"면서 "차익실현 욕구로 매도 압력이 강화된 것으로, 단기 이벤트로 마무리될 가능성 크다"고 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주초부터 과열 조짐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미국의 '동학 개미'들이 주로 사용하는 증권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의 주식·옵션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고, TD아메리트레이드·뱅가드·찰스 슈왑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도 느려졌다. 애플과 테슬라가 주식분할을 한 날이었다. 플랫폼이 터질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가 늘어난 거란 해석이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회사 플랫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조정을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모멘텀 장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CNBC는 기술주들의 하락을 '건강한 조정'으로 봤다. 화면은 3일 기사 내용 일부.

CNBC는 기술주들의 하락을 '건강한 조정'으로 봤다. 화면은 3일 기사 내용 일부.

나스닥은 지난 3월 저점 이후 67%나 급등했다. 이번 하락을 '또 다른 상승을 위한 건강한 숨 고르기'라 보는 이들도 있다. 경제지표가 최악을 지났다는 점, 대선 전 백신이 나올 거란 희망감, 의회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오를 건데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란 분석이다. 반대편에선 이날 상황을 위기의 전조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빚으로 빚은 금융시장 호황 뒤에 금융위기가 온다'는 이론을 폈었는데, 그가 말한 '민스키 모멘트'가 온 게 아니냔 거다.

분산투자 권고…국내 증시도 변동성 주의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폭락을 새로운 범위 이탈로 보긴 어렵지만, 기술주 쏠림 현상이 계속될 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미국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지금은 분산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한다. 조 연구원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경기 방어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권고한다"고 했다. 김일혁 연구원도 "기술주를 추가 매수하기보다 친환경 관련주 비중을 늘리고, 대선과 경기 불확실성을 생각해 경기방어주도 담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증시 급락 영향으로 4일 코스피는 63.22포인트(2.64%)나 빠진 2332.68로 출발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지며 낙폭을 1.15%로 줄인 2368.24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장 마감 후 증시브리프를 통해 "전일 미국 기술주 고평가 우려와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해외증시 급락으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 차익 매물을 내놓으며 4일 만에 1%대 급락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연구원은 "한국증시에서 상승 폭이 컸던 종목들에 대한 차익 욕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는 위축될 것"이라며 "그동안 주식시장과 경제 지표와의 차이가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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