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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76억 셀프대출' 방지책 마련…친인척 대출 금지

중앙일보

입력

기업은행이 최근 불거진 차장급 직원의 친인척 관련 76억원어치 '셀프대출'과 관련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직원과 배우자 친인척 대출 취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부 규정과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3일 "윤종원 행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은행장으로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안의 관련인 엄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규정 보완 등을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뉴시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뉴시스

지난 1일 윤두현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 A차장은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사실상 자기 앞으로 29건, 75억7000만원어치 부동산 담보대출을 집행했다. A차장은 경기도 내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때부터 자신의 아내·모친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개와 개인사업자 명의를 활용해 대출을 받아 주로 경기도 화성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을 사들였다. 그가 이를 통해 벌어들인 평가차익은 50억~6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차장을 면직 처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A차장에게 면직 처분만을 내릴 것이 아니라 대출금 및 수익금 회수 등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관련 조사를 토대로 해당 직원을 가장 높은 단계인 '징계면직' 처리를 했으며,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과 대출금의 전액 회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업점의 대출은 지점장의 승인 없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시 지점장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업은행은 "관리 책임이 있었던 지점장 등 관련자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통해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유사사례를 조사해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뉴시스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뉴시스

기업은행의 직원 친인척 관련 대출 모니터링 기능이 부실해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다른 시중은행은 내부 규정상 직원 가족이나 친인척 관련 대출을 직접 취급하는 경우 본부 시스템에서 해당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데, 기업은행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직원과 배우자 친인척 대출 취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부 규정과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고, 모든 대출에 직원 친인척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아울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해상충행위 방지와 청렴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경우 해당 직원은 물론 관리 책임이 있는 직원까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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