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현의 여기 어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는 암살자 인남(황정민)과 무자비한 야쿠자 레이(이정재)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린 영화다.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을 거쳐 태국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진 시대. “오랜만에 보는 해외 로케이션 영화라 반갑다”는 관객 평도 적지 않았다.
그냥 인천 앞바다가 아니다
인남이 국정원 상관이었던 춘성(송영창)과 긴밀히 접선하던 바닷가 횟집 장면은 인천 북성포구의 횟집 촌에서 촬영했다. 지하철 1호선 인천역 인근이다. 영화에서처럼 좁은 골목 안으로 낡은 횟집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여우네’ ‘태호네’ ‘선애네’ 등 저마다 정겨운 이름을 달고 손님을 맞는다. 인남과 춘성이 마주 앉았던 곳은 ‘미소회집’의 맨 모퉁이 자리다. 유리창 너무로 인천 앞바다가 내다보인다. 다른 횟집의 분위기도 대략 비슷하다.
횟집에서 심각한 대화를 주고 받는 인남과 춘성 뒤로 저녁놀이 붉게 타오른다. 핏빛으로 물든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다. 유난히 붉던 이 노을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북성포구 앞에서 직접 담았다. 사실 북성포구는 사진 애호가 사이에서도 출사지로 꽤 유명한 장소다. 인스타그램에 ‘북성포구’를 검색하면 멋진 풍경 사진이 줄줄이 쏟아진다. 분위기는 달라도, 구도는 거의 비슷하다. 대개 북성포구에서 건너편 공장(대성목재)을 배경으로 노을 풍경을 담는다. 물때가 맞으면 수면으로 비친 노을과 공장 모습도 담을 수 있다.
북성포구는 인천 토박이들에게는 퍽 친숙한 장소다. 1970년대까지 인천 최대의 어항이었고, 어시장도 컸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선상파시(고깃배 위에 열리는 생선 시장)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젓새우를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 파시가 서는 날이면 손님들로 포구가 북적인다.
량 아오가 어디지?
‘다만악’은 전체 분량 중 대략 60%를 태국에서 촬영했다. 현지 마약 조직의 은신처로 등장한 ‘량 아오 마을’도 실재하는 지명이다. 다만 실제 촬영은 방콕 외곽의 도시 나콘 빠톰에서 이뤄졌다. 폐쇄된 한 극장(Tang SiaHuad Rama) 주변에서 카체이싱·총격전 등 대규모 액션신을 만들었다. 이번 영화 포스터의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약 20년 전 폐쇄된 극장은 물론 주변의 건물들도 세월의 때를 많이 타 죄 낡고 허름한 분위기다. 덕분에 더 영화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덧붙여 영화 속 휴양 섬의 바닷가도 사실 태국이 배경이다. 남부의 쁘라쭈압키리칸이란 해변에서 촬영했다. 좁고 긴 해안선을 가진 이곳은 아직 한국엔 덜 알려졌지만, 유러피언의 휴양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남과 유이(박정민)가 배회하던 밤거리는 방콕의 번화가인 수쿰윗 소이 22 거리에서 촬영했다.
황정민의 아지트는?
일본에서 은둔 생활 중인 인남의 모습이 영화 초반 그려지는데, 도쿄 중심가 곳곳에서 촬영했다. 인남의 단골집으로 나온 술집도 도쿄에 있다. ‘타이슈갓포’라는 이름의 선술집이다. 40년 내력의 이자카야로 도쿄 에도가와바시 역 인근에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