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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MB표 두 기관, 녹색기술센터·김치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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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13년 당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넷째) 등이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녹색기술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 오른쪽 사진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 녹색성장위원회,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2013년 당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넷째) 등이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녹색기술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 오른쪽 사진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 녹색성장위원회,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녹색’도 ‘김치’도 다 접겠다는 뜻일까. 이명박 정부 당시 출범한 과학기술 출연 부설 연구기관인 녹색기술센터(GTC)와 세계김치연구소가 통폐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와중에 핵심 연구인력들이 연이어 퇴사하거나, 기관장의 장기간 공석 사태 등이 이어지는 등 기관 운영에 홍역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성장·한식세계화 위해 설립 #1년째 다른 기관과 통합 심의 중 #‘녹색’은 간부 8명 떠나 업무 마비 #‘김치’는 기관장 열달째 공석사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GTC는 올 들어 전체 직원 50여 명 중 책임·선임급 핵심 연구위원 6명 등 총 8명이 다른 기관이나 대학 등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퇴사했다. 설상가상 올들어 전세계에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하재호 소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10개월째 기관장이 공석 중이다. 부소장이 직무대행 형식으로 연구소를 이끌고 있지만, 신규사업은 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업무만을 이어오고 있다.

GTC는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행사인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GGGS)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설립을 선언한 기관이다. 이후 2013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한국의 녹색기술 성과 확산을 선도하고, 해외 우수 녹색기술 연구기관과 공동협력을 통해 녹색기술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국내 김치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2010년 1월 한국식품연구원의 부설 기관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식 세계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0개월 동안 연구회가 주관하는 통폐합 추진 테스크포스(TF)의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서 두 기관을 본원과 통합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 출발점이 됐다. 당시 예결위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부설 연구기관 중 규모가 작고 연구성과가 제한적인 세계김치연구소와 녹색기술센터에 대해서는 독립 운용에 따른 소요비용을 고려하여 본원과의 통합 등 효율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신속히 TF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KIST가 GTC 통합을 거부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녹색기술센터는 산하 연구기관 평가에서 2015년 ‘미흡’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과 2018년 평가에서는 ‘보통’으로 올라갔다. 세계김치연구소도 2013년, 2016년 연속 ‘미흡’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엔 ‘보통’으로 평가가 상승했다.

하재호 전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김치연구소는 녹색기술센터와 함께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졌다는 오해를 받아온 데다 초기 기관 평가도 나빠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공격을 계속 받아왔다”며 “설립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구소가 정착돼 가는 중에 통폐합 논의가 이어지고 소장자리가 장기간 비어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성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애초에는 올 1, 2월에 TF를 끝내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TF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0개월째 기관장 공석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두 기관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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