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인은 과거 국회에서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확인서를 스스로 만들거나 직인을 위조해 찍은 적이 없다고 말했죠.
-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 그러나 인턴 확인서 파일이 증인의 교수실 컴퓨터에서 발견됐고, 센터장 직인도 찍혀있었는데 어떻게 날인받은 건가요.
-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 조민씨가 동양대에서 받았다고 하는 표창장 원본을 본 적이 있습니까.
-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임정엽)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 정 교수의 남편이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국(사진)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측 신문에 303차례에 걸쳐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형소법 148조는 자신의 증언으로 자신이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한 마디로 법정 증언을 거부한 것이다.
정경심 재판서 증인으로 참석 #검찰 “법정서 진실 밝힌다더니…” #조국 측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권경애 “역사에 남을 법꾸라지”
조 전 장관은 이날 증인 선서를 하기도 전에 증언거부권에 대한 소명 사유서를 읽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재판부의 허락을 얻은 뒤 “이 법정의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의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다”며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도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형소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법 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필요한 권리 행사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지만, 이 법정에서는 그러한 편견이 작동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재판에 참석한 검사들은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 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 ‘법정에서 다 말하겠다’고 거듭 밝혔다”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도 증언을 거부하는 사유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임정엽 부장판사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답했다. 임 부장판사는 “증인은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답변하는 사람이지 본인이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라며 “질문받기 전에는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변호인이 대신 반박하고 나섰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밝히겠다’는 건 증인으로서 참석한 이 재판이 아니라 자신의 재판을 말한 것이다. 정당한 권리 행사에 대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사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법꾸라지”라고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과 함께 이른바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집필한 공저자 중 한 명이다.
권 변호사는 “수사 중에는 재판을 통해 밝히겠다고 진술 거부, 재판에서는 증언 거부”라며 “이제 ‘사법개혁’을 외치면 재판 증언 거부도 ‘정의’가 될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런 자가 어쩌다가 진보의 아이콘으로 수십 년간 행세하고 추앙받아 왔던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이가영·김은빈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