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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에 코로나19 감염자까지 속출…서울 대형병원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서울 대형병원들이 비상에 걸렸다. 입원 환자 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통상 병원 매뉴얼대로 환자가 입원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해 음성일 경우 입원 절차를 진행해왔는데, 입원 이후 확진된 사례가 나왔다. 여기에 전공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지금보다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아산병원서 6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서울 7곳 병원 코호트 격리, 의료진 87명 격리 중

전국의사 2차 총파업(집단휴진)에 돌입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출입문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놓여 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전공의·전임의가 진료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초 강경책을 내놨다. 뉴스1

전국의사 2차 총파업(집단휴진)에 돌입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출입문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놓여 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전공의·전임의가 진료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초 강경책을 내놨다. 뉴스1

서울아산병원서 나온 6명의 감염자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서 총 6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최초로 발생한 환자는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와 보호자, 옆 병실의 환자 등으로 코로나19가 번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해당 층 환자는 3명인데, 환자의 보호자 3명까지 연달아 걸리면서 서울아산병원은 30여명에 이르는 같은 층 환자를 모두 격리병동으로 옮겨 치료에 들어갔다.

서울아산병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초 확진자가 입원 후 발병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병원 내 감염을 포함해 감염 경로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 매뉴얼대로 입원 환자를 받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해 음성인 것을 확인했고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열 증상이 있을 수 있어 이때도 매뉴얼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성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50여명에 이르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도 했다. 기존 6명의 확진자 외엔 모두 음성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안전을 위해 환자에 한해 한두 차례 더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20여명 발 묶여…전공의 10여명 지원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이 발생하면서 서울아산병원은 긴장하고 있다. 전공의 파업과 맞물려 터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병동 의료진 20여명은 2주간 근무제한을 하다 보니 전공의 10여명이 업무지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선별진료실은 당직 형식으로 돌아가면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대형 병원은 중증 환자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료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파업에 나섰던 전공의가 업무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던 한양대병원 응급실 [중앙포토]

올초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던 한양대병원 응급실 [중앙포토]

"언제 어디서 환자 발생할지 모른다"
지난달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한양대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는 아니지만 확진자와 관련된 집단을 따로 관리하는 '코호트 관리'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접촉자를 구분하는 절차에 따라 별도 관리를 하는 중인데, 기존 확진자를 제외하면 코로나19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힘든 상황이 가중된 것은 아니다. 전공의 파업 자체로 상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안과병원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역시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항암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 발열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언제, 어디서 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잘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임의 이상이 지원해 응급실 당직을 돌아가면서 서고 있지만,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대병원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직원 1명이 감염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도 하고 있다. 사전 예방을 위해서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한다. 서울대 병원 관계자는 "의료 공백을 일단 교수들이 커버하고 있지만 외래진료는 10%, 수술은 50%가 줄어든 상태"라며 "당직까지 교수들이 서고 있어 피로도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일주일 사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곳은 부민병원, 녹색병원, 보훈병원 3곳과 종합병원의 경우 혜민병원 1곳, 상급종합병원 가운데선 한양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총 7개 병원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감염된 의료진 수도 늘어 총 13명이 감염됐고, 87명의 의료진이 자가격리 중"이라며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감염이 나오고 있고 병원 의료진을 통한 사례와 환자로 인해 의료진이 감염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허정원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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