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다음은 빅히트? 환불되는 58조, 어디로 갈까

중앙일보

입력 2020.09.03 16:13

업데이트 2020.09.03 17:35

사상 최대 '공모주 청약 이벤트'는 마무리됐지만, 카카오게임즈의 공모 청약자에게 환불되는 58조원의 향배는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뭉칫돈 중 상당 규모가 은행 등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헤맬 가능성이 있어서다. 당장 일부 증권사는 청약 환불금 유치 경쟁에 나섰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각 증권사 계좌로 환급

카카오게임즈 청약 앞두고 급증한 투자자예탁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카오게임즈 청약 앞두고 급증한 투자자예탁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 청약이 마감된 카카오게임즈의 일반공모 배정물량은 320만주로, 768억원어치다. 전체 청약 증거금 58조5543억원 중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58조4775억원은 4일 청약자 계좌로 환급된다.

이 자금 중 상당수는 은행 예·적금을 깨거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 포함)을 받은 돈으로 추정된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한 달 새 4조755억원 늘었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상무는 "증시 자금만으로 60조원 가까이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며 "증권사들이 주식담보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서 넘어온 자금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사엔 신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대표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 분석 결과, 이 증권사에 들어온 증거금 23조원 중 84%(19조3000억원)가 신규 자금으로 집계됐다.

CMA 등 단기 상품 이동…후속 공모주 노려

급감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급감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단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청약자들은 대부분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자금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먼저 시중 자금의 '정거장'으로 불리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단기 상품이다. 공모주 청약에 몰리는 돈이 주식투자 자금에 비해 '위험회피' 성향이 크다는 점에서 증시에 머물러 있기보단, 안정적인 단기 자금으로 운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31조원이 몰렸던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때도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큰 변동이 없었다. SK바이오팜 청약 증거금이 환불된 6월 26일 투자자예탁금은 50조6595억원으로, 증거금 납입 전인 22일(47조3987억원)보다 3조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인 6월 29일엔 47조6983억원으로 줄면서 증거금 납입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6월 24일 46조8517억원이던 증권사 CMA 잔고는 26일 56조원, 29일 58조원대로 불어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본적으로 환불금은 1~3개월짜리 단기성 상품에 들어갈 것"이라며 "투자 대안이 있어야 돈이 움직이는데, 은행 예금 금리는 워낙 낮고 부동산은 규제가 강해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단기 상품에 환급금이 머물다 후속 공모주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달에는 이오플로우 등 바이오 관련 기업이 공모 청약을 기다리고 있고, 다음달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청약 대기 중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뱅크,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청약 대금 중 환불된 금액 일부가 공모 시장에 재투자되면서 IPO 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공모주 투자자는 공모주만 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빅히트 같은 대어급 공모주가 나오면 어김없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이 1일 라이브 방송에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 등극을 팬들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랜선 파티를 하고 있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는 10월 상장 예정이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1일 라이브 방송에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 등극을 팬들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랜선 파티를 하고 있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는 10월 상장 예정이다. 연합뉴스

증시 머무를 가능성도…증권사 "환급금 잡아라"

다른 한 경로는 주식 투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체 규모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있는 자금은 주식 투자 등 증시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모 청약자엔 은퇴자나 고령자 외에 '동학 개미'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증시 주변에서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이를 겨냥해 증권사들은 환급 자금을 붙잡기 위해 이벤트를 내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참여한 고객이 오는 18일까지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환매조건부채권(RP)에 가입하면 최대 3만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삼성증권은 청약 자금을 돌려받은 고객이 오는 29일까지 해외 주식 또는 금융상품을 3000만원 이상 매수한 경우 추첨을 통해 최대 100만원 상품권을 준다.

카카오 게임즈 청약 연령별 분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카오 게임즈 청약 연령별 분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약 '큰 손'은 70대=한편 삼성증권 계좌를 통해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로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전체의 28%를 차지했고, 50대(24%)와 30대(24%)가 뒤를 이었다. 20대는 7%였다. 1인당 청약금액은 70대가 3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2억8000만원, 50대 1억9000만원, 40대 1억4000만원, 30대 9000만원, 20대 7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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