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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마스크' 한 장에 14만원…명품 브랜드 마스크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에 등장한 팝 가수 레이디 가가의 마스크 패션이 화제다. 이날 올해의 아티스트 상, 올해의 음악 상 등 5관왕에 오른 레이디 가가는 시상식 내내 총 9벌의 의상을 갈아입었고, 그때마다 다른 마스크를 매치해 마스크 패션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날 레이디 가가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며 “서로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30일 LA에서 열린 '2020 MTV V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레이디 가가. 독특한 패션 못지 않게 스팽글로 화려하게 장식한 마스크가 눈에 띈다. 사진 AFP=연합뉴스

30일 LA에서 열린 '2020 MTV V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레이디 가가. 독특한 패션 못지 않게 스팽글로 화려하게 장식한 마스크가 눈에 띈다. 사진 AFP=연합뉴스

마스크는 우리 시대의 시각적 상징이 됐다. 보건용 목적이 크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아이템이다 보니 개성 표현도 중요해졌다. 어쨌든 함께 가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 이왕이면 아름답게 꾸며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행동은 자연스럽다. 덕분에 다양한 형태와 색을 지닌 마스크와 마스크 스트랩(목걸이), 마스크 보관용 파우치 등 액세서리 출시도 활발해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가 선보인 다채로운 마스크 패션. 심해 생물같은 그로테스크한 마스크부터 다스 베이더가 연상되는 마스크까지 다양하다. 사진 AP=연합뉴스

이날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가 선보인 다채로운 마스크 패션. 심해 생물같은 그로테스크한 마스크부터 다스 베이더가 연상되는 마스크까지 다양하다. 사진 AP=연합뉴스

최근엔 명품 패션 브랜드들까지 마스크 시장에 가세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마스크 수급이 어려운 의료진을 위해 디올‧프라다‧아르마니 등 럭셔리 브랜드가 공장을 멈추고 의료용 마스크와 보호복을 만들긴 했지만 이는 영리 목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마스크는 속옷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가장 자주, 많이 입는 단일 아이템이다. 코로나19로 패션 산업이 위축되면서 실적 악화를 겪는 패션 회사들로선 거부할 수 없는 좋은 기회다. 업계에선 마스크가 코로나19로 생긴 수익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시대 시각적 상징된 마스크 #입체 패턴, 디자인 강조한 패션 마스크 봇물 #명품 브랜드 마스크, 방역 기능은 살펴야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제작한 상업용 마스크를 공개했다. 유명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에서 출시한 첫 상업용 마스크다. 버버리 측에 따르면 ‘항균 기술이 적용된’ 면 마스크로 재사용이 가능하며 입자 여과 효율성(PFE‧Particle Filtration Efficiency)을 제공해 분진 입자(0.1㎛)를 99% 차단한다고 한다. 브랜드 시그너처인 체크무늬를 기본으로 베이지와 옅은 청색 두 가지 컬러로 출시됐다. 가격은 90파운드(약 14만원). 판매 수익금 일부는 버버리 재단이 운영하는 ‘버버리 코로나19 커뮤니티 재단’ 기금으로 전달된다.

버버리가 출시하는 항균 기능의 PFE 마스크. 브랜드의 시그너처 패턴을 담았다. 사진 버버리

버버리가 출시하는 항균 기능의 PFE 마스크. 브랜드의 시그너처 패턴을 담았다. 사진 버버리

또 다른 영국 브랜드 ‘멀버리’도 마스크 출시를 공식화했다. 2일 멀버리는 안티 박테리아 코팅이 된 100% 유기농 면 마스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통기성이 뛰어난 2겹 면 마스크로 발수 가공으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타탄체크·꽃 패턴이 들어간 4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미국 브랜드 ‘폴로 랄프 로렌’도 오는 15일 마스크 출시를 앞두고 있다. 폴로 로고가 들어간 마스크는 천 마스크와 필터 마스크, 두 가지 스타일로 출시된다. 항균 처리된 필터 마스크 안쪽에는 교체할 수 있는 일회용 미세 필터가 부착돼 있다. 천 마스크는 39달러(약 4만6000원), 필터 마스크는 49달러(약 5만8000원). 판매 수익금은 UN 재단이 지원하는 WHO 코로나19 연대 기금에 기부할 예정이다.

폴로 랄프 로렌이 오는 15일 출시한다고 밝힌 마스크. 천 마스크와 필터 마스크 두 종류로 출시된다. 사진 폴로 랄프 로렌

폴로 랄프 로렌이 오는 15일 출시한다고 밝힌 마스크. 천 마스크와 필터 마스크 두 종류로 출시된다. 사진 폴로 랄프 로렌

국내에선 삼성물산 빈폴, LF 헤지스 등의 패션 브랜드가 일찌감치 마스크를 출시한 바 있다. 빈폴은 지난 7월 면 피케 원단을 사용해 최대 40회까지 쓸 수 있는 재사용 천 마스크를 출시했다. 헤지스는 지난 3월 필터 교체형 마스크를 출시했다. 내부 필터 마스크만 교체하면 지속해서 쓸 수 있다.

이들 패션 브랜드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일회용보다 섬유를 가공해 만든 천 마스크가 대부분이다. 빨아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패션 회사가 가진 자산인 입체 패턴을 활용해 입·코 주변을 편안하게 감싸는 착용감도 좋다. 또한 최신 섬유 기술을 활용해 항균‧냄새제거 등 바이러스 차단 외 부가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물론 브랜드 고유의 시그너처 디자인과 꽃무늬 등 아름다운 패턴 디자인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다.

멀버리는 타탄 체크부터 꽃무늬까지 4가지 디자인의 마스크를 선보인다. 사진 멀버리

멀버리는 타탄 체크부터 꽃무늬까지 4가지 디자인의 마스크를 선보인다. 사진 멀버리

한편 고가의 패션 브랜드 마스크에 대한 쓴소리도 많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마스크가 빈부의 격차를 상징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다지만 명품 브랜드라는 이유로 천 마스크 한 장에 14만원의 가격을 매기는 마케팅 전략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럭셔리 패션 하우스가 그동안 패션 마스크 사업에 빠르게 뛰어들지 않았던 이유는 위기로부터 이익을 얻는다는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내놓은 패션 마스크가 사실상 바이러스 필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재사용 천 마스크여도 안쪽에 교체용 필터가 있어 사용할 때마다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이 안전하다. 그렇지 않다면 필터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걸러주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해당 마스크 제조국의 인증기관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식약처 홈페이지 보건용 마스크 허가 현황에서 품목명이나 업체명을 검색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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