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텔링] 내 금고 속엔 없는데...사라진 5만원권 116조

중앙일보

입력 2020.09.03 05:00

장롱에 잠든 5만원권 얼마나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장롱에 잠든 5만원권 얼마나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의 절반 이상이 한국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6월부터 발행된 5만원권 총 227조원 중 환수액은 112조423억원(49.1%)에 그쳤다. 나머지 약 116조원 규모의 5만원권은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원주갑·3선) 의원이 한국은행(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최초 발행뒤 꾸준히 70% 밑

5만원권 환수율, 최초 발행 뒤 꾸준히 70% 밑돌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5만원권 환수율, 최초 발행 뒤 꾸준히 70% 밑돌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5만원권 10장 중 1장도 돌아오지 못한 발행 첫해인 2009년(7.3%) 이후 5만원권 환수율은 꾸준히 70%를 밑돌았다. 2010년 41.4%→2011년 59.7%→2012년 61.7%로 상승하던 환수율은 2013년(48.6%)부터 꺾이기 시작해 2014년 25.8%로 최저치를 찍었다.


당시 발행 초기부터 제기됐던 지하경제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한은은 ▶저금리에 따른 현금선호 경향 ▶거래 및 보관의 편의성 ▶5만원권의 청결도 ▶금융회사들의 5만원권 선호 등을 들어 “지하 자금 유입으로 단순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었다. 이듬해 반등한 환수율은 2018년 67.4%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60.1%로 다시 꺾였다.

1~7월 기준 코로나19 창궐 이후 폭락

1~7월 기준으론 코로나19 창궐 이후인 올해 폭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7월 기준으론 코로나19 창궐 이후인 올해 폭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는 환수율이 급락할 조짐이다. 올해 1~7월 기준 5만원권 환수율은 31.4%에 불과하다. 15조3000억원이 발행됐는데 4조8000억원만 환수됐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로,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은은 “5만원권은 예비 목적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원래 유통량이 많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한은이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거래용 현금의 권종별 구성비는 5만원권 43.5%, 1만원권 45.5%로 비슷했지만 예비용 현금은 5만원권 79.4%, 1만원권 18.6%로 현격한 차이가 났다. 사용된 경우 용도로는 ▶경조금 ▶사적이전▶종교·친목 등 개인간 거래가 50.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 지출은 43.9%였다. 올해 들어 환수율이 저조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빠르게 활성화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광재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확산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만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고액화폐 수요 증가의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美 최고액권 ‘100달러’ 환수율은

미국 최고액권 ‘100달러’ 환수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최고액권 ‘100달러’ 환수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최고액권인 100달러는 최근 5년 간 10장 중 7장 이상이 시중에서 양성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만 비교하면 환수율이 한국의 5만원권(60.1%)보다 17.5%포인트 더 많은 77.6%에 달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고액권이 음성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는데도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현상을 해석할 뿐 별다른 조처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경제활성화 차원에서도 고액권의 환수율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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