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중수부 생긴듯" 추미애에 밀려난 檢칼잡이들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03 05:00

제주지검 청사 전경. [중앙 포토]

제주지검 청사 전경. [중앙 포토]

제주도에 옛 중수부(중앙수사부)가 꾸려지게 됐다”

법무부가 지난달 27일 검찰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및 평검사 인사 결과를 발표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왔다. 제주도에 검찰 내 손꼽히는 ‘칼잡이’ 검사들이 모이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검찰 인사로 칼잡이들 채워져

법무부의 이번 인사로 제주지검에 발령받은 검사들은 3일 부임한다. 제주지검 차장검사에는 정대정(49·29기) 대전지검 홍성지청장이 오게 됐다. 정 지청장은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조사2부장검사로 근무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업체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인권감독관은 김수현(50·30기) 부산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맡는다. 김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장과 총무부장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등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내부망에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며 조목조목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제주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그간 윤 총장의 ‘눈과 귀’ 역할 실무를 맡아온 김영일(48·31기) 대검 수사정보1담당관이 맡는다. 김 담당관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검사 시절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형사2부장검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했던 박주성(42·32기) 부천지청 공판부장이 온다. 박 부장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에 직접 참석하는 등 수사에 일조했고, 특별공판2팀장을 맡아 공소유지도 담당했다.

박찬호 제주지검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찬호 제주지검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제주지검, 검사장부터 ‘특수통’

제주지검을 지휘하는 수장은 박찬호(54·사법연수원 26기) 검사장이다. 박 검사장은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다. 박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시절 2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그의 측근으로도 알려졌다.

박 검사장은 ▶국가정보원 의혹 ▶기무사령부 불법 사찰 의혹 ▶삼성 노동조합 의혹 등 여러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특수수사에 능통하다는 평을 받던 그는 새로운 틀의 공안 수사를 지휘하게 될 적임자로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발탁됐지만, ‘윤석열 사단 학살’로 평가받는 지난 1월 인사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 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 포토]

“한산한 제주에 중수부 생긴 셈”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공안 배제 및 윤 총장 약화를 골자로 한 인사 기조로 인해서 그간 엘리트로 꼽혀 왔던 검사들이 제주지검에 모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속 검사들 면면에 비춰보면 사실상 ‘리틀 중수부’와 같다는 얘기도 있다. 인구가 67만명가량 되는 제주도에서는 대기업·금융 등 대형 수사를 할 일이 적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런 곳의 검찰청에 이같은 구성이 이뤄지게 된 데에는 추 장관 인사 기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 중수부에 몸담았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제주지검은 지검장부터 소속 검사들까지 능력과 그간의 이력이 출중하다”며 “검찰의 힘을 빼고, 조직을 ‘삼류’로 전락시키려는 인사의 목표로 인해 이런 구성이 된 것이다. 실력 있는 검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귀양을 보낸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현지에서도 다양한 전망으로 들썩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야권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염두에 둔 원모심려(遠謀深慮)가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워낙 화려한 검사 진용이라 여러 추측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의 모습. [뉴스1]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의 모습. [뉴스1]

법무연수원에도 특수통 검사 모여

제주지검과 같이 법무부의 검찰 인사로 검찰 칼잡이들이 모이게 된 곳은 또 있다. 바로 법무연수원이다. 주영환(50·27기) 성남지청장은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으로 발령됐다. ‘성완종 리스트’ 및 대우조선해양 등 사건을 수사한 그는 검사장 승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 법무연수원으로 가게 됐다. 법무연수원에는 한동훈 검사장 또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거론된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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