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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방포 정무행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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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달 31일 방탄소년단(BTS)의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 아시아 가수로는 1963년 일본 사가모토 규의 ‘스키야키’ 이후 57년 만이다.

다음날 50대 중반인 지인의 페이스북에는 ‘아포방포 정무행알’이라는 말이 올라왔다. 이는 BTS와 팬클럽 아미가 주고받는 암호다. 해독하면 "아미 포에버 방탄소년단 포에버. 정국이는 무조건 행복해야 해 알았지?”이다. 정국은 BTS 멤버 중 막내로 9월 1일은 그의 생일이다.

BTS와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 사이에서 사용되는 암호의 사례 '아포방포 정무행알'

BTS와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 사이에서 사용되는 암호의 사례 '아포방포 정무행알'

그리스어 ‘비밀(Cryptos)’이 어원인 암호작성법(cryptography)의 기본은 당사자끼리만 알 수 있는 기호·숫자의 활용이다. 즉 남들은 전혀 그 뜻을 예측할 수 없어야 한다. BTS와 아미 사이에서 “보라해”는 “사랑해”와 같은 의미지만, 이들과 보라색의 스토리를 알지 못하면 뜬금없는 외계어일 뿐.

외국 아미들은 ‘막내(Maknae)’ ‘연습생(Yeonseupseng)’ ‘띠동갑(Tteedonggab)’ ‘꼰대(kkondae)’ ‘눈치(Noonchi)’ ‘소리질러(So-ri jil-luh)’ 등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적은 ‘아민정음(아미+훈민정음)’을 그들만의 암호처럼 사용한다. 특유의 감성과 뉘앙스까지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 한국어 열공 중인 아미는 부지기수. 아민정음을 모은 한국어 가이드 사전 『K-POP DICTIONARY』도 출판됐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는 신뢰가 기본이다. 7명의 한국 청년과 국경·민족·세대를 초월한 전 세계 아미의 신뢰와 우정 덕분에 현재 한국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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