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丁총리도 전화했다"는 공공의대 법안...2월 복지위서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대국민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공공의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가 2일 한 말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가지 정책에서 첨예한 대립을 반복하는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게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2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회의가 아쉬운 순간으로 꼽힌다.

지난 2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본회의를 1주일 앞두고 법안소위 회의를 열었다. 여야는 우선 역학 조사관을 증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감염병 예방·관리법과 검역법, 의료법 등 이른바 ‘코로나 대응 3법’을 합의 처리했다. 하지만 공공의대 관련 법안 5건에 대한 추가 상정안이 제출되면서 언쟁이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기동민 의원(오른쪽)과 통합당 간사였던 김승희 전 의원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기동민 의원(오른쪽)과 통합당 간사였던 김승희 전 의원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연합뉴스]

▶김승희(당시 통합당 간사) “간사 간에 어떤 이런 협의가 있었습니까, 오늘 이렇게 논의한다는 것을?”
▶기동민(당시 민주당 간사) “협의는 했지요. 합의를 못 했지요.”
▶김승희 “아니, 간사 간에 오늘 이렇게 논의한다는 얘기는 안 했잖아요.”
▶기동민 “그러니까 협의를 했지요, 지난번에. 합의를 못 했고.”

법안소위 위원장인 기 의원이 표결로 안건을 상정하자, 대립은 격화됐다. 김승희 당시 통합당 간사가 정세균 국무총리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거론하자, 회의장에는 거친 고성까지 오갔다.

▶김승희 “아니, 총리도 저한테 전화합디다. 남원에서…”
▶기동민 “총리가 전화했으면 토론도 못 합니까, 그 정도 부탁했으면 토론할 수 있는 거지?”
▶김승희 “총리도 전화해서 제가 얘기했어요.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안 되지요.
▶기동민 “총리가 전화하든 대통령이 전화하든 압력을 안 받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김승희 “아니, 그런 식으로 어떻게 압력을 가합니까? 왜 전화를 합니까?”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립공공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연합뉴스]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립공공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전북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연합뉴스]

당시 상정된 5가지 법안 가운데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의 공공보건의료법도 있었다. 이 의원은 지난 2018년 전북 남원 소재 서남대 의대가 폐교하자,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날 회의에는 전북이 지역구인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갑·당시 민주평화당 소속)도 참석했다.

▶김광수 “분만이나 외상 부분에 대해서 공공의료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 누구나 다 인정을 하는데…”
▶김승희 “지금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전라북도에 하는 거 아닙니까, 전라북도?”
▶김광수 “그게 상대방에서 공약으로 써먹었기 때문에 안 된다, 그게 당리당략적이고 그게 그야말로 정치 논리지.”
▶김승희 “전라북도 국회의원이니까 그러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30분간 언쟁이 오가고 김한표 당시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오고 나서야 충돌은 중단됐다. 김승희 전 통합당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저 역시 공공의료 확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역에 공공의대를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기존 의대 졸업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늘릴 수도 있는데,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밀어붙이는 게 옳지 않다고 반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정세균 총리와의 전화에 대해서도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 총리 전화가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남대 의대 정원만큼 남원에 공공의료원을 만들테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정중한 전화였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북 남원과 인접한 전북 진안·무주·장수 지역구에서 15~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와 관련 이용호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당시 제가 정 총리께 공공의대법 통과를 반대하는 김 의원을 설득해달라고 부탁드렸던 것”이라며 “의료 파업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총리께 누가 되지 않을까 죄송스럽다.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 상황에 대해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공공의료 확충방안은 20대 국회 복지위에서 오랫동안 논의했고, 여야 간 일부 공감대도 이뤘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통합당이 공공의대 부분은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법안은 아니었다”면서 “총선 이후 6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하려 했으나, 통합당이 무리하게 다른 법 통과를 조건으로 내걸어 결국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공의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정현 전 의원.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에서 당선 된 뒤 새누리당 당대표를 지냈다. 중앙포토.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공의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정현 전 의원.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에서 당선 된 뒤 새누리당 당대표를 지냈다. 중앙포토.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관련 법안은 여야의 호남 지역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했다. 2016년 7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소속 의원 75명의 동의를 받아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운영법을 발의했다. 지역구가 전남 순천갑이었던 이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순천시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2018년 전북 남원 소재 서남대 의대가 폐교된 뒤로는 전북 지역 의원들이 공공의대 설립에 적극적이었다. 4·15 총선 전후로는 전남 목포와 순천 지역 정치인들이 각각 ‘전남권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심지어 경남 창원 성산이 지역구인 강기윤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보건복지위 간사도 지난달 ‘창원대 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정치권의 의대 설립 논의가 지역 이기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1대 국회에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을 발의한 김성주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 간사, 전북 전주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확정된다”며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