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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자 민감 질문에 “일본어 이해했냐”···모테기 나쁜 버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기자회견 중 외국인 기자에게 “일본어를 알아들었냐”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상대의 일본어 실력을 문제 삼아 민감한 질문을 회피하려 한 그의 태도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재입국 제한의 과학적 근거' 질문에 #모테기, 영어로 반문하더니 "일본어 이해했냐" #해당 외국인 기자는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지난 8월 28일 외무성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자신문 재팬타임스 오스미 막달레나 기자가 모테기 외무상에게 “일본 거주 외국인(재류 외국인)에 대한 재입국 완화 방침”과 “이들의 재입국을 장기간 제한하는 과학적 근거”를 질문한 데서 시작됐다.

모테기 외무상이 첫 번째 질문에 답변한 뒤 두 번째 질문에는 대답을 피하려 하자 오스미 기자는 재차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이때 모테기 외무상은 영어로 “과학적이란 건 무슨 뜻이냐”(What do you mean by scientific?)라고 반문했다. 줄곧 일본어로 문답이 오가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영어였다.

이에 오스미 기자는 “일본어로 말해도 괜찮다”며 “그렇게 바보 취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수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전혀 바보 취급하지 않았다”고 사태를 수습한 후 “출입국 관리 문제는 출입국 관리청에 물어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런데 다시 덧붙인 한마디가 논란을 부채질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오스미 기자에게 “(나의) 일본어를 알아들었냐”고 말했다. 오스미 기자는 폴란드 출신이지만 일본에서 15년 이상 살았고,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모테기 외무상에게 ‘전과’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7월 21일 기자회견에서도 외국인 기자의 일본어 발음을 비꼰 적이 있다.

프랑스 국적의 기자가 ‘재입국’이라는 일본어 단어를 말했는데, 모테기 외무상이 이를 ‘산유국’으로 이해하는 척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모테기 외무상이 외국인 기자에게 일부러 망신을 주기 위해 일본어로 재입국과 산유국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전문가와 온라인상의 의견 등을 인용해 “정부 관료의 이 같은 비상식적 대응이 일본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 이민사회 전문가인 모치즈기 히로키(望月優大) 웹 매거진 '일본 복잡기행' 편집장은 마이니치신문에 “모테기 외무상이 외국인 기자의 일본어 능력을 떨어뜨려 ‘수준 낮은 질문에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식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류 외국인의 재입국이 장기간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묻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외국인 정책에 정부의 부당한 차별이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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