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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청장협의회 "서초구 재산세 50% 인하 부적절" 목소리 높였다

중앙일보

입력

'재산세 50% 감면'이 서울 25개 구청장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래통합당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최근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50% 인하를 주장하고부터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조 구청장이 제안한 '재산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재산세 세율 인하는 지방자치단체 취약계층 지원 여력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재산세를 둘러싼 1(서초구)대 24(서울시내 나머지 구)의 다툼, 어떻게 된 것일까.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지만, 강남권 아파트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지만, 강남권 아파트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조 구청장은 구청장협의회 안건으로 재산세를 50% 인하하는 내용을 올렸다. 정기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달 31일, 안건은 1대 24로 부결됐다. 안건 제시는 할 수 있지만 이날 회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구청장은 “서초구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지 마라”고 반발했고, “앞으로 과반수 동의받은 것만 논의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조 구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청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반대에 부딪힌 조 구청장은 회의 직후 “서초구에서라도 재산세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대 24 의견차…구청장협의회 “정부 안에 의견 제시하자”

이날 구청장협의회가 내놓은 반대 이유는 모두 4가지인데 이유를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다. 재정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재산세는 지방세로 지방자치단체들엔 자치단체 운영의 주요 재원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재산세를 한시적으로라도 감면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재산세율 인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취약계층 지원 여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공통의 위기 상황에서 '9억원 이하 1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세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가장 주효한 수단 중 하나로 그 중 재산세는 지자체의 주요한 재원인데, 재산세 세율인하를 통해 재산 보유자를 간접지원함으로써 오히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여력을 감소시키는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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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협의회가 든 두 번째 이유는 구별로 재정여건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협의회는 “서초구는 구별 평균 재산세 인하금액이 67억 원대로 구별로 감당 가능한 규모라고 주장하지만 구별로 처한 여건을 반영하면 실제 경감비율은 구별로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서초구는 올해 재산세 부과총액 3706억원 가운데 감면 금액이 62억원에 불과해 전체 재산세 부과금의 1.67%이지만 다른 구(재산세 부과총액 552억원)는 이 비율이 14.49%에 이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협의회는 “구별로 9억원 이하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며 “결국 재정 여건이 열악하고, 보유 재산가치가 더 낮은 구에 큰 세수감소 결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중앙포토]

조은희 서초구청장. [중앙포토]

협의회는 세 번째 이유로 “재산세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세가 급증하더라도 전년 대비 5~30%를 넘지 않도록 세부담 상한제 시행 중에 있다”며 “향후 현 세율 100% 기준 재산세의 회복을 위해선 최대 10년 소요가 예상돼 각 자치구 재정이 지속적으로 열악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한 ‘공시가격 로드맵’ 등과 연계해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시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 이유로는 ‘정부의 재산세율 인하계획’을 꼽았다. 협의회는 “정부가 중저가 1가구 1주택 재산세율 인하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정부 발표에 앞서 재해상황을 근거로 올해만 적용되는 재산세율 일시 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많은 혼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결국 재산세 인하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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