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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말 안 했는데…트럼프 대뜸 "난 뇌졸중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역 공무원들과 만났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역 공무원들과 만났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워싱턴 인근 군 병원을 예정에 없이 방문했을 때 ‘미니 뇌졸중’을 앓은 게 아니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트위터로 "미니 뇌졸중 앓은 적 없어" #뉴욕타임스 기자 신간 "작년 11월 트럼프 시술 #대비해 펜스 부통령, 대통령직 인수 대기" #주치의 "건강 및 대통령 직무 수행 능력 이상 無"

주요 언론이 보도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대통령 선거를 60여일 앞두고 레이스가 치열해지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문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끝이 없다. 이제 그들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인 내가 일련의 미니 뇌졸중이 와서 월터리드 병원에 갔다고 말하려고 한다”고 썼다.

이어 “이 후보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가짜뉴스”라면서 “아마도 그들은 다른 당의 다른 후보를 지칭하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재차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게시물을 올리기 전까지 주요 언론사나 야당인 민주당 등 어느 곳에서도 ‘미니 뇌졸중’ 문제를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곧 출간될 예정인 뉴욕타임스 기자가 저서에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월터리드 병원 방문을 새롭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 기자는 책에서 “백악관 웨스트윙 참모들은 트럼프가 시술을 받기 위해 마취에 들어갈 수도 있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통령직 인수를 위해 대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썼다.

‘미니 뇌졸중’을 앓은 적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 트윗에 대해 슈미트 기자는 이날 “책은 미니 뇌졸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치의에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성명을 내라고 지시했다.

션 콘리 백악관 주치의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뇌혈관 사고(뇌졸중)나 일시적인 허혈성 발작(미니 뇌졸중) 또는 급성 심혈관 응급상황을 경험하지도, 진단받지도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여전히 건강하며 앞으로의 엄격한 일정을 소화할 능력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번 보고서에도 썼듯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은 최근 그의 건강과 관련한 공개 지적에 대해 내게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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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6일 갑자기 메릴랜드주에 있는 월터리드 군 병원을 방문해 대통령 건강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백악관은 “2020년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어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정기 건강검진을 일부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정기검진 때와 달리 미리 일정을 알리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었다.

슈미트 기자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방문이 통상적인 대통령 건강검진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았다”면서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이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CNN은 병원 측은 통상적으로 VIP 방문을 사전에 통지받고 시설 일부를 폐쇄하는 등 조처를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며, 이날 방문이 정기 방문이 아니라 급히 잡힌 일정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돌아오고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보도한 기자들을 “역겹다(sick)”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공포에 빠진 멜라니아 여사를 진정시켜야 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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