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성공신화 김성수의 카카오TV, OTT 게임체인저

중앙일보

입력 2020.09.02 06:00

업데이트 2020.09.02 14:22

카카오TV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예능 콘텐트를 1일 공개했다. 카카오TV를 운영하는 카카오M은 "모바일에서도 볼만한 영상이 아니라, 모바일로 봐야 더 재밌는 동영상 콘텐트"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도 전격 지원했다. 카카오톡 샵(#) 탭 등 주요 유통채널에 카카오TV를 전면 배치했다.

이날 카카오TV가 공개되자, IT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지(웹소설·웹툰)·멜론(음원)에 이어 '카카오 콘텐츠 제국'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중심엔 김성수 카카오M 대표가 있다. CJ ENM의 tvN 성공신화를 쓴 그는 지난해 초 카카오M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PD와 제작사를 영입해 콘텐트 퀄러티를 확 높인 김성수의 성공 전략이 모바일에서 어떻게 변주될 수 있을지가 카카오TV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이사 주요 약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성수 카카오M 대표이사 주요 약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tvN으로 방송시장 흔든 '미다스의 손'

김성수 대표는 방송계 스타 경영자였다. 그가 CJ ENM을 이끈 8년간 tvN은 지상파를 위협하는 예능·드라마를 쏟아냈다. 2016년 대표 시절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을 뒤흔들었고, 현재는 기업가치(1일 코스닥 시총 2조 2758억원)가 모기업 CJ ENM(코스닥 9위·2조 728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컸다.

잘 나가던 김 대표를 디지털 콘텐트 시장으로 이끈 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다. 김 대표가 온미디어(CJ ENM인수)에 있던 시절 바둑TV 제휴문제로 인연을 맺은 김범수 의장이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트 중심의 사업을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어 카카오M으로 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18년 7월 CJ ENM 대표직을 사퇴했고, 이듬해 1월 카카오M 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TV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카카오에서도 '인재 모으기'부터

똘똘한 인수합병(M&A)과 인재 수집은 김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다. 예능의 나영석 PD, 드라마의 신원호 PD 등 스타 PD를 영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M 대표를 맡은 직후 그가 가장 집중한 것도 인재 영입이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좋은 사람을 모으고 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그간 사람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취임 후 카카오M은 음악레이블 4곳, 배우 매니지먼트사 7곳, 영화사 2곳, 드라마제작사 4곳 등 20여 곳을 인수합병 했다.

카카오M의 주요 영입 PD.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M의 주요 영입 PD.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최고의 인재를 모은 후 자율권을 부여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다"며 "카카오에서도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기획이나 새로운 방식이 많이 시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탤런트 IP' 전략, 통할까

카카오M의 전략 중 하나는 배우나 가수가 가진 재능과 인기(톱 탤런트)를 디지털 IP(지적재산권)로 키우고 확장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스타가 직접 개인 디지털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콘텐트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게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스타들이 직접 디지털 채널을 개설·운영함으로써 탤런트 IP를 디지털 시장에서 상품화하겠다는 것. 카카오TV 출범과 함께 선보인 가수 이효리의 '페이스아이디'는 탤런트 IP의 대표적 예다.

카카오M의 산하 주요 영상 제작 공동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M의 산하 주요 영상 제작 공동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다른 OTT보다 유연한 모습도 강점이다.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OTT 사업자는 적극적 합작이나 해외자본유치 등을 검토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7월 23일 한국 OTT포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네이버웹툰 기반의 '연애혁명', 레진코믹스의 '아만자'를 택했고, SBS의 디지털 영상 콘텐츠 '문명특급'의 오리지널 버전을 제작하는 등 지상파·종편과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지난 3월엔 해외 투자사로부터 21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희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영상 자체에 승부수를 걸지 않는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주력 자회사인 카카오M의 자본을 확충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데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검증된 제작역량에 카카오의 확장성과 IT기업의 유연함이 더해지면 동영상 시장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경쟁 대상 아니다"

카카오M 내부에선 카카오TV를 OTT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신종수 카카오M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은 1일 "카카오TV는 유튜브·넷플릭스가 구축한 영역에서 '맞짱'을 뜨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TV는 넷플릭스·왓챠·웨이브처럼 월 구독료를 내는 모델이 아니다. 광고를 보면 영상시청이 무료란 점에서 유튜브와 비슷하다. 하지만 카카오M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트를 내세웠단 점에선 누구나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와 다르다. 형식적으로는 10~20분짜리 숏폼 영상과 세로형 영상 등 모바일 최적화를 강조해 미국 OTT 퀴비와 닮았고, 스타의 IP를 활용한다는 점에선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와 유사하다.

카카오M이 1일 공개한 카카오TV의 특징과 수익모델. 카카오M

카카오M이 1일 공개한 카카오TV의 특징과 수익모델. 카카오M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의 웰메이드 작품과 유튜브의 생생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M이 해외 OTT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희대 광운대 교수는 "카카오M은 IP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 역량을 키운 후, 넷플릭스·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에  콘텐트를 공급하는 '제2의 스튜디오드래곤'을 자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표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할리우드에선 작가·배우·감독·투자 등 요소를 묶어 메이저 스튜디오에 파는 패키징이 있다"며 "유능한 크리에이터를 기반으로 시나리오·감독·캐스팅을 구성 판매하는 것도 수익모델"이라고 언급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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