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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브라질판 트럼프의 반전, 코로나 막말에도 지지율 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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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 세계 2위인 브라질. 코로나를 '작은 감기'라고 부르며 위험을 무시해 비판받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65)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오히려 올랐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6600만 빈곤층 지원..."코로나 이후 소득 늘었다" #막말하던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전략 #룰라 전 대통령 아성 지역 지지 얻으려 안간힘

코로나 대응을 잘못했는데 어떻게 지지율이 오른 것일까요. 지난달 30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비결을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지난 8월 24일 '브라질은 코로나 19를 이긴다' 행사에 참여해 의사와 셀카를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지난 8월 24일 '브라질은 코로나 19를 이긴다' 행사에 참여해 의사와 셀카를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 초기부터 좌충우돌하며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한데도 지지자들 무리에 섞여 악수하고 포옹했습니다. 마스크를 안 쓰거나 '턱스크'를 한 모습도 여러 번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지난 7월엔 본인이 코로나에 걸렸다가 낫기도 했지요. 영부인 미셸 여사와 막내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던 데 이어 최근 장남인 플라비우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자기 가족만 네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던 겁니다.

브라질 대통령궁에서 일하는 인력 중에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브라질은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380만명, 사망자는 12만명에 이릅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아내 미셸(왼쪽)이 8월 28일 한 행사에 참석했다. 본인을 비롯해 아내, 장남, 막내아들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 가족 4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아내 미셸(왼쪽)이 8월 28일 한 행사에 참석했다. 본인을 비롯해 아내, 장남, 막내아들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 가족 4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지난달 14일 현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019년 1월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율(긍정 평가)은 직전 조사(6월) 당시 32%에서 8월에는 37%로 상승했습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부정 평가)'고 답한 비율은 6월의 44%에서 8월에는 34%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지한다'가 '지지하지 않는다'를 역전한 것이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렇게 지지율이 오른 건 빈곤층의 지지 덕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니치는 "원래 보우소나루의 지지층은 경제계 인사나 부유층이었는데 이젠 빈곤층 지지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라질 빈곤층은 전통적으로 좌파 정당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월 소득이 2100헤알(약 46만원) 이하의 극빈곤층이 지지하는 비율이 35%로 전보다 6%포인트 올랐습니다. 반면 '지지하지 않음'은 57%에서 44%가 됐습니다.

지지자들과 대화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정면). [아젠시아 브라질, 연합뉴스]

지지자들과 대화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정면). [아젠시아 브라질, 연합뉴스]

저소득층은 왜 그를 지지하기 시작한 걸까요. 월 600헤알(약 13만원)의 빈곤층 생활지원금을 도입한 게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원금은 당초 지난 6월까지 3개월간 줄 예정이었지만 2개월 연장해 8월까지 주기로 했습니다. 빈곤층 생활지원금은 브라질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600만명이 수령했습니다.

생활지원금을 준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현지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원금을 통해 약 2350만명이 최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은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550만명이 "코로나 전보다 소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로이터통신은 "브라질 저소득 노동자들이 지원금에 호감을 느끼면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과격했던 언행이 '얌전'해진 것도 포인트입니다. 

원래 보우소나루는 막말로 유명합니다.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성 비하는 물론, 인종·난민·원주민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과거 동료 여성의원에게 '강간할 가치도 없다'고 퍼부어 논란이 됐습니다.

토착 원주민은 '기생충', 난민은 '인간쓰레기'라고 함부로 말했습니다. 브라질의 군사독재정권을 옹호하며 "고문을 찬성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막말이 사실 '계산된 것'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는 대선을 치를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이자 극우 논객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보우소나루를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여성 혐오적이고 증오에 가득 찬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자기 주변 인물들이 수사를 받자 과격한 발언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이니치는 "그의 절친한 친구가 정치자금 사취 혐의로 수사받는 것도 그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입은 닫고 지갑을 여는' 전략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그렇게 선심을 쓴 지갑이 자기 재산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오는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보우소나루는 가장 경제발전이 늦은 북동부 지역의 '표심'을 얻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신화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신화사]

브라질 북동부는 그의 숙적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텃밭이자 좌파 노동당의 아성으로 여겨집니다. 지난 2018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유일하게 보우소나루가 패배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8월까지인 빈곤 수당 지급의 재연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번 잘 먹혔던 '지원금 카드'를 또 쓰려는 것이죠.

마이니치신문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재정 지출이 크기 때문에 현금 지급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지지층 안에서도 신중론이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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