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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이 과정 자체가 우리에겐 목적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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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미진
임미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임미진 폴인 팀장

임미진 폴인 팀장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일주일 뒤의 상황도 전혀 예측되지 않는다. 누가 이 불확실성을 피해갈 수 있을까.

지식 플랫폼 폴인도 마찬가지다. 폴인은 폴인스터디라는 공부 모임을 연다. 마침 2일이 5기 스터디의 첫 모임 날이다. 4기 모임은 코로나 사태로 운영이 중단되었다. 2월 중순, 더 이상 모임을 열 수 없다고 판단해 모든 멤버들에게 수강료를 돌려드렸다.

5기를 열기 전에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자고 다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우리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임을 병행한다. 3단계로 올라가면 온라인으로만 모임을 연다. 완벽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5단계라는 변수가 생겼다. 월요일이었던 지난 31일 아침, 재택근무를 하는 팀원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격론 끝에 결정했다. “2.5단계는 3단계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하자. 온라인으로만 모임을 진행하자. 멤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함께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추가로 열어 아쉬움을 달래자.”

노트북을 열며 9/2

노트북을 열며 9/2

대부분의 멤버들이 이해해주셨다. 그 방향이 맞다고 지지해주셨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첫 모임을 열게 됐다. 아침의 긴급회의부터 오후의 공지까지. 또 한 번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했고, 팀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숨 가쁜 변화를 모두가 겪고 있다. 얼마 전 SNS를 보다가 ‘웃픈’ 게시물을 보았다.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영업을 시작한 PC방 사진이었다. 떡볶이부터 부대찌개까지, PC방 손님들에게 제공하던 음식으로 배달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PC방을 못 열게 된 상황에서 얼마나 분주하게 살길을 찾았을까.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이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는 목적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즈덤 2.0 코리아라는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는 유정은 마보 대표가 최근 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지난 3월로 계획했던 이 콘퍼런스를 코로나 때문에 10월로 연기했다. 그리고 또다시 불확실성을 만났다. 많은 강연을 온라인 중계로 대신하고, 최종 결정은 9월에 내릴 거라고 전했다. 그는 말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나보다 더 씩씩하게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팀원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참 많이 배우고 있다. 성장하고 있다. 안으로부터 단단해지고 있다.”

그러니 힘을 내자. 불확실성과 싸우며 우리는 모두 성장하고 있다고 믿자. 우리의 목적지가 바로 그것이다. 매일 새롭게 배우며 단단해지는 것.

임미진 폴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