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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첫 승 권순우, 코로나 휴식 덕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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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권순우는 코로나19 휴식기를 이용해 체력과 근육량을 키웠다. US오픈 본선 1회전에서 백핸드 발리를 시도하는 권순우. [AFP=연합뉴스]

권순우는 코로나19 휴식기를 이용해 체력과 근육량을 키웠다. US오픈 본선 1회전에서 백핸드 발리를 시도하는 권순우. [AF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5개월 휴식이 오히려 약이 됐어요.”

US오픈 테니스 1라운드 3-1 승 #이형택·정현에 이어 국내남자 3호 #쉬는 동안 기술 대신 체력 등 키워 #내일 세계 17위와 64강전서 맞붙어

남자 테니스 세계 73위 권순우(23·CJ 후원)가 메이저 대회 5번 출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권순우는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본선 1회전(128강)에서 타이-손 크위아트코스키(25·미국·187위)를 맞아 세트스코어 3-1(3-6, 7-6, 6-1, 6-2)로 역전승했다. 권순우는 이형택(44·은퇴), 정현(24·제네시스 후원·144위)에 이어,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세 번째 한국 남자 선수가 됐다. 권순우는 2018년 호주오픈에서 메이저 단식 본선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에 나갔지만 모두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권순우는 호주오픈 이후 상승세를 탔다. 2월에는 4주 연속 투어 대회 8강에 오르며 개인 최고인 세계 69위까지 올랐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3월 모든 투어 대회가 중단됐다. 귀국한 권순우는 훈련장을 수소문했지만, 코로나19로 모두 문을 닫아 제대로 훈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술훈련 대신 체력훈련에 몰입했다. 반나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한강 변에서 자전거를 탔다. 근육량과 근력이 늘었다. 70㎏이던 몸무게가 75㎏이 됐다. 늘어난 5㎏이 전부 근육이다. 그는 “밀가루 음식을 피하고, 대신 다른 음식은 잘 먹는 등 식단에도 신경을 썼더니 배에 난생처음 왕(王)자가 생겼다. 몸이 이 정도로 좋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5개월간 단련한 몸으로 지난달 15일 미국 뉴욕에 건너갔다. 보름간의 현지 적응을 마치고 대회에 나섰다. 이날 1세트에는 몸이 풀리지 않아 상대 강서브에 다소 주춤했다. 서브 에이스에서 3대 11로 상대에게 밀렸다. 권순우는 2세트를 7-6으로 가져오면서 자신의 리듬을 찾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런 권순우 모습에 상대 멘털이 흔들렸다. 크위아트코스키는 3세트 도중 성질을 내다가 무너졌다.

권순우는 경기 후 “상대 서브가 빠르고 강했다. 전날 임규태 코치님과 영상을 보면서 공략법을 연구했다. 초반에는 몸이 안 풀려 공략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세트 후반부터 분위기를 가져왔고,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5세트 경기를 하면 체력적으로 지쳤는데, 투어 대회가 중단된 5개월간 체력을 단련한 덕에 4세트를 뛰었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대회를 나갔다면 기술은 향상됐겠지만, 체력 문제로 다쳤을 수 있다. 긴 휴식이 약이 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이번 US오픈에 큰 영향을 끼쳤다.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수만 관중의 함성이 사라졌다. 권순우는 “무관중이라서 연습경기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선지 첫 승을 거뒀지만, 많이 들뜨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은 나흘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숙소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서너 명만 탄다. 선수 등 대회와 관계있는 사람은 경기장과 숙소 이외의 장소에는 갈 수 없다. 임 코치는 “전에는 경기 없을 때 뉴욕 거리를 구경하러 나가기도 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훈련과 경기만 하다 보니 선수들의 경쟁도 더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3일 열리는 2회전(64강전)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21·캐나다·17위)를 상대한다. 샤포발로프는 투어 대회 단식 우승 경력이 한 차례 있다. 1월에는 세계 13위로 개인 최고 랭킹을 기록했다. 임 코치는 “상대는 왼손잡이인데, 한 손으로 치는 백핸드 샷이 좋다. 그래도 아직은 어린 나이라서 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순우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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