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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던 불법증식 반달가슴곰, 보호시설 생긴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녹색연합 현장 모니터링에서 적발된 불법증식 반달가슴곰 새끼. 녹색연합

지난해 녹색연합 현장 모니터링에서 적발된 불법증식 반달가슴곰 새끼. 녹색연합

그동안 방치됐던 불법 증식 반달가슴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1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2021년도 환경부 소관 예산 및 기금안에 멸종위기종 불법증식 개체 몰수보호시설 설계비 1억 5000만 원이 포함됐다. 이로써 사육곰 농가에서 불법 증식된 반달가슴곰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사육곰 불법증식해도 몰수 못 해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Ⅰ급으로 지정된 국제적 멸종위기 종이다. 과거 국가적으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곰 사육을 장려했고 1985년까지 총 493마리의 곰이 재수출용으로 수입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거래가 일절 금지됐다. 정부는 수출길이 막힌 농가의 손실 보전을 위해 10년 이상 산 곰의 웅담 채취를 허용했다. 사육곰들은 철창 속에서 시한부 삶을 살다가 웅담 채취용으로 도축되는 신세가 됐다.

사육곰들이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사이 일부 농가에선 수익을 위해 곰을 불법 증식하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36마리의 반달가슴곰이 불법으로 증식됐다고 밝혔다. 불법으로 증식한 새끼 곰들을 농가로부터 몰수해야 하지만 곰을 보호할 시설이 없어 법원은 몰수 판결을 내릴 수 없었다.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의 박은정 활동가는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고통받아온 반달가슴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환경부는 이제 잔인한 환경에 방치된 불법 증식 곰들을 즉각 몰수하고, 추가 불법 증식을 막기 위한 강력한 처벌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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