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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로 1차 재난지원금 사용 끝, 2차는…수해까지 덮쳐 빠듯한 지자체 곳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가 한산하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가 한산하다. 뉴스1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국민 재난지원금 사용 기한이 끝난 가운데 논의가 한창인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와 각 지자체의 추가 지원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이 늘면서 지자체들이 잇따라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갈수록 빠듯해져가는 자치단체 살림살이가 걱정이다.

행안부, 서울시에 2차 지원금 물어 #서울시 “예산 고갈, 국비 비중 커야” #시, 재난기금 역대 최대 규모 지출 #“재난기금 지출 수해로 더 늘 것” #다시 현금성 살포 나선 지자체도 #춘천·제주도·대구 2차 자체 지급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재원과 효과를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공식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엔 이르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에 이와 관련한 의견 조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재정 상황과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며 “국비 비중이 크지 않으면 지급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국비로 100% 지급’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정부가 서울시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2조6671억원 가운데 12%인 3230억원을 부담했다. 이와 별도로 시 자체 재난긴급생활비로 중위소득 100% 이하 160만 가구에 5423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추가 재난지원금 분담이나 시 자체 지원금 지급이 어렵다고 했다.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스포츠센터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시행으로 문이 닫혀 있다. 뉴스1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스포츠센터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시행으로 문이 닫혀 있다. 뉴스1

PC방·노래방 등 영업을 중단한 소상공인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현재는 방역이 최우선이며 문을 닫은 업종과 업체가 광범위해져 재정이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월 70만원씩 14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한 자영업자 생존자금 2차 지급도 요원하다. 지난 5월 접수를 시작한 1차 지원금도 아직 지급이 덜 끝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지원보다 금융지원 확대나 비대면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재난관리기금 등을 활용해 특정 업종에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기금도 넉넉하지 않다.

행안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2조1316억원으로 예산액의 69%를 이미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관리기금은 15%를 의무적으로 예치하고 85%까지 지출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보통 50% 정도 쓰는데 예년보다 많이 썼다고 할 수 있다”며 “8월 초 호우 피해 응급복구로 지출액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8월 말 현재 재난관리기금은 2066억원으로 6월 말보다 800억원 정도 줄었다. 지난 3차 추경 편성에 따라 1083억원 추가된 금액이다. 수입 대비 잔액 비율은 17%에 그쳤다. 수해와 관련해 500억원 정도의 지출이 더 발생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역대 기금 지출 가운데 올해가 가장 많으며 기금 전체 지출에서 코로나19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91%에 달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회계연도 결산 부별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회계연도 결산 부별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 외에도 자영업자·프리랜서·문화예술인·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금 마련을 위해 올해 3차에 걸친 추경예산을 편성해 6조원 가까운 예산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어 지난 12일 2683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한 해 4차까지 추경을 편성한 것은 처음이다.

다른 지자체 사정은 어떨까. 주민 생계부담 완화를 위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선 곳도 있는 반면 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 잔액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 잔액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강원 춘천시는 다음 달 1일부터 시민 1인당 1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2차로 지급하기로 했다. 총예산은 290억원이다. 앞서 춘천시의회는 지난 7일 제3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춘천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 조례안과 관련 사업비 290억원을 포함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해 지급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공영개발특별회계전입금에서 224억원을, 12개 통합관리기금에서 66억원을 빌려와 지급한다.

춘천시는 지난 5월에도 소상공인들에게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통합관리기금에서 54억원을 빌렸다. 두 차례에 걸쳐 통합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은 120억원으로 1년에 내야 하는 이자가 2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공영개발특별회계전입금의 경우 시 예산이기 때문에 별도의 이자 등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통합관리기금의 경우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운용을 하기 때문에 1년에 2억원이 넘는 이자가 나가고 원금도 갚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8월 마지막 휴일인 30일 전국 관광 명소와 유원지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이날 부산 등지에 폭염이 이어졌지만,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찾는 사람들의 발길 끊겨 텅 비어 있다. 송봉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8월 마지막 휴일인 30일 전국 관광 명소와 유원지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이날 부산 등지에 폭염이 이어졌지만,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찾는 사람들의 발길 끊겨 텅 비어 있다. 송봉근 기자

제주도도 지난 24일 ‘제2차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 지급 계획’을 공고하고 9월 27일까지 지원금 신청을 받는다. 대상은 7월 29일 9시 기준 주민등록상 제주도에 주소를 둔 세대와 외국인 등록 명단에 등재된 결혼이민자, 영주권자이다. 제주도가 파악한 지원 대상은 67만명이 넘어 지원금 총 규모는 698억원에 이른다.

대구시 역시 지난 24일부터 대구에 주소를 둔 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한다. 현재 대구시 인구가 약 242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2차 지급에 24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전북 남원시는 31일부터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경남 양산시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따라 9월 중 시민 1인당 5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처음 2차 재난지원금을 시행한 곳은 전북 완주군이다. 모든 군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했다. 부산 기장군은 영업이 중단된 관내 고위험시설 172개소 사업주에게 100만원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최은경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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