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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경심 '동양대 교수' 유지…휴직연장 이유는 '기타 사유'

중앙일보

입력

31일 오전 찾은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사진은 정경심 교수가 소속된 대학 교양학부 건물. 복도 끝 쯤에 정 교수의 연구실이 있다. 김정석 기자

31일 오전 찾은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사진은 정경심 교수가 소속된 대학 교양학부 건물. 복도 끝 쯤에 정 교수의 연구실이 있다. 김정석 기자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무급 상태로 '동양대 교수' 직함을 당분간 더 유지하게 됐다. 최근 정 교수가 학교에 휴직 연장 신청을 냈고, 대학 측이 이를 승인하면서다.

7월 말 휴직 연장 신청해 8월 중·하순순 승인 #무급 상태로 동양대 교수 신분 유지 #교수연구실 그대로 있고, 홈피 소개도 그대로 #동양대 "재판 결과 보고 별도 회의 열 예정"

 익명을 원한 동양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7월 말 정 교수가 휴직 연장 신청을 했고, 8월 중·하순 교무회의와 재단회의를 통해 무급으로 2021년 8월 말까지 휴직을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 교수가 전한 휴직 연장 신청 사유는 '집안 사정상 등'이었다. 병원 진단서 같은 별도의 첨부 서류는 더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동양대, '기타 사유'로 휴직 연장 승인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동양대 측은 '집안 사정상 등'으로는 휴직을 공식적으로 승인할 수 없어 '기타 사유'로 정리해 휴직 연장을 결정했다고 한다. 동양대 관계자는 "기타 사유는 정 교수가 재판 과정 중에 있어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병원 진단서를 첨부해 동양대 측에 1년간 휴직을 신청했었다.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동양대 측은 정 교수가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 몸이 아픈 점 등을 고려해 휴직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동양대 측은 공식적인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단계인 만큼 정 교수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교수직 신분을 계속 유지한 상태에서 지금까지 재판을 받아왔다.

 동양대 관계자는 "정 교수에 대한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간 교내 징계위원회 같은 게 열리지 않았고 교수 해임에 대한 이야기도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면 휴직 연장 승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교수 복직에 대한 별도의 결과물이 학교에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찾은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사진은 정경심 교수가 소속된 대학 교양학부 건물. 김정석 기자

31일 오전 찾은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사진은 정경심 교수가 소속된 대학 교양학부 건물. 김정석 기자

 검찰은 지난해 9월 사문서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기소했었다. 조 전 장관 딸의 대학 진학 등을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임의로 만들었다는 혐의였다. 검찰의 기소는 당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난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이 기폭제가 됐다. 최 총장은 현재 총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정 교수가 휴직 연장을 통해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경북 영주시에 있는 동양대 교양학부 1층에는 '정경심 교수'라는 이름표가 붙은 연구실이 그대로 있다.

 정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교양학부 건물은 31일 오전 중앙일보 취재팀이 찾을 당시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건물 양 옆 출입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된 상태였고 중앙 통로는 카드키로 출입을 제한했다.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대학본부 모습. 연합뉴스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대학본부 모습. 연합뉴스

 동양대 한 교직원은 "정 교수 연구실은 예전 그대로 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채 그대로다"고 전했다. 교양학부 건물 옆 생활관에서 만난 한 동양대 학생은 "방학 기간이라 교양학부를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양대 홈페이지 교수 소개 코너에도 모자를 쓴 정 교수가 미소짓고 있는 얼굴 사진에 '전공: 영어영문학'이라고 쓰인 소개글이 올려져 있다.

 정 교수 이슈는 한때 동양대 캠퍼스를 들썩이게 했지만 이제는 학생들 사이에서 정 교수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동양대 한 학생은 "정 교수가 동양대 소속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지난해 조국 사태 후 사직서를 낸 줄로만 알았다. 휴직을 연장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정 교수에게 휴직 연장 등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는 등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양대 한 직원은 "휴직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학교에 바로 돌아와 근무하거나 그게 안될 상황이면 학교에 근무할 수 없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영주=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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