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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곳곳 널브러진 공유킥보드…"혁신 맞나" 민원만 2000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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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송파구 도로 한가운데 주차돼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 박민제 기자

서울 송파구 도로 한가운데 주차돼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 박민제 기자

서울 시내 공유 전동킥보드 수가 최근 석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간에 거리에 배치된 킥보드가 급증하면서 주차·주행 문제로 집단 민원도 줄 잇고 있다. 모빌리티 혁신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 단거리 이동)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부터 잘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단주차·난폭주행 민원 폭증 #서울 3만5850대 석달새 2배 늘어 #운영대수만 늘리고 관리는 소홀 #“뭐가 혁신이냐” 시민 반감 커져 #국토부, 등록·신고제로 관리 추진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총 3만 5850대(16개 업체)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기준 1만 6580여 대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2018년 말 조사 당시만 해도 150여 대였지만 올들어 급증했다. 업계 안팎에선 급증 이유로 코로나19 영향을 꼽는다. 버스·지하철 같은 대규모 인원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옮겨가자,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업체들이 운영 대수를 공격적으로 늘렸다는 의미다. 글로벌 1위 공유 전동킥보드 플랫폼 라임(Lime)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수요에 맞춰 한국에서 운영 대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공유 전동킥보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공유 전동킥보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기상천외한 곳에 주차

하지만 공유 전동킥보드 수 증가에 비례해 '반(反)킥보드'성 민원도 폭발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해 추출한 '지자체별 전통킥보드 관련민원'은 올해만 1951건(7월말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1년 간 접수된 건수(1927건)를 8개월만에 넘어섰다. 2018년에는 511건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주차문제 민원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세 이후 각 업체가 운행 대수를 급격히 늘린 여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도 주행 등 안전운행 관련 민원이 많았다. 주차 민원의 상당수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킥보드가 대상이다. 도로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주차해 보행자나 주행 차량에 불편을 끼치는 경우다. 도로 한 가운데나 가게 입구 앞 등 기상천외한 장소에 세워두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지하철역 앞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인도에 전동킥보드를 주차해 불편하다는 민원이 하루 최소 10건 이상 들어온다”며 “민원 접수 후 현장에 가면 공유 전동킥보드 특성상 해당 킥보드가 이미 다른 곳으로 가고 없어, 구청 입장에선 단속하기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1일 시민 이동이 많은 강남역 8번 출구 앞에 여러 공유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박민제 기자

31일 시민 이동이 많은 강남역 8번 출구 앞에 여러 공유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박민제 기자

이 같은 민원 폭증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선 나름의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룰로(서비스명 킥고잉), 피유엠피(씽씽)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구청에 핫라인을 개설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2시간 안에 업체가 출동해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의 경우 기민한 대응과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도크리스(dockless·거치대가 없이 자유롭게 주차하는 방식)를 유지하기 위해 주차 민원관리를 열심히 하는데 글로벌 업체의 경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운영 대수를 늘리고선 사후 관리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동킥보드 시장이 커지면서, 공유 기기가 아닌 개인 소유의 킥보드 이용자들의 문제까지 공유 업체에 전가되는 측면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전동킥보드는 총 48만 1427대다. 이중 공유킥보드로 쓰이는 기기는 약 5만대(추정치) 정도, 개인 이용자 시장이 더 크단 얘기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공유전동킥보드는 속도를 25㎞ 이하로 제한하고 업체에서 이용자 교육도 열심히 한다”며 “무질서하게 이용하는 개인 이용자 대상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킥보드 주차금지구역 설정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민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민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와 지자체는 규정을 만드는 중이다. 서울시는 카카오모빌리티, 라임, 올룰로, 피유엠피 등 16개 주요 업체와 가이드라인 업무협약을 추진 중이다. 주차 권장구역과 제한구역을 설정해 권장구역 내 주차가 이뤄지도록 협업하는 내용이다. 권장구역은 가로수·벤치·가로등·전봇대·환풍구 등 주요 구조물 옆 등 10여 곳이다. 제한 구역은 차도, 보도 중앙, 지하철역 진출입로 통행에 방해되는 구역, 건물 출입구 등 14곳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대로 협약식을 열 계획이다. 김슬기 서울시 미래교통전략팀장은 “시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각 구청이 관내 개별 업체와 세부적으로 내용을 조정해 주차질서를 만들어 가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퍼스널 모빌리티)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법안(가칭 PM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10일부터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용되는데 이에 맞춰 ‘PM대여사업자’의 법률적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현재 공유 전동킥보드 대여업은 신고나 허가 없이 국세청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되는 자유업이다. 이를 등록제나 신고제로 바꿔 관리가 가능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박준상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정책과장은 “연내 법안 발의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동수단 연간 수입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동수단 연간 수입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한국의 좁은 도로 곳곳에 방치된 공유 킥보드를 두고 "뭐가 혁신이냐"는 반감이 커지기 전에 자정 노력을 해야한단 얘기다. 택시업계와 갈등 끝에 중단된 타다처럼 갈등이 계속 커지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있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전동킥보드는 안타는 사람이 보기엔 공해나 마찬가지라 사회가 이 산업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정 지역에 전동킥보드를 집중적으로 깔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보단 민원을 줄이며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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