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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 과외교사 9인의 ‘미국과 경제전쟁 이기는 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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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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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은 인권 등에서 국제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지만, 정책 결정에선 실수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정에 앞서 각계의 의견을 두루 구하기 때문이다.

린이푸·루밍 등 좌담회서 건의 #정부가 주도하는 자력경제 강조 #“국내 중심 성장, 메가도시 키워야” #“일대일로 따라 위안화 국제화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14차 5개년 계획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국제적인 경험이 풍부한 경제 학자 9명을 초청해 ‘과외 수업’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화권 언론들이 당시 좌담회에 초청된 학자들을 시진핑의 ‘경제 브레인’, ‘국사(國師)’로 평가하며 주목한 가운데,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들이 시 주석에게 제시한 의견까지 추정해 소개했다.

먼저 세계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린이푸(林毅夫·68) 베이징대 교수. 최근 강연에서 향후 10년 중국이 5~6% 성장을 이어간다면 2030년께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한 그는 시 주석에게 정부의 적극적 계획 정책으로 국가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을 것으로 봤다.

9인 중 최연소로, 중국 교육부로부터 ‘신세기 우수인재’로 뽑힌 루밍(陸銘·47) 상하이 교통대학 교수는 평소 주장대로 중국의 대형 도시를 더 큰 ‘메가 도시’로 만들 것을 제안한 것으로 추정됐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이미 루밍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시진핑 경제 과외교사 9인

시진핑 경제 과외교사 9인

차이팡(蔡昉·64)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중국의 자력 발전을 강조하는 학자다. 노동 전문가인 그는 외부에 의존한 성장보다 국내 중심 성장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 이주가 보다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미국의 압박으로 성장 동력을 국내에서 찾으려는 시 주석의 귀가 솔깃했을 이야기다.

왕창린(王昌林·53)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기술 봉쇄에 맞설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전국적인 아이디어 경쟁을 강조하는 그는 베이징 주도로 국가와 시장, 사회자원을 총동원해 산업과 기술의 리더십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위옌(張宇燕·60)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려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수호하면서 개방적이고 다자주의적인 무역 체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주민(朱民·68) 칭화대 국가금융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국제적인 역할 확대와 위안화의 국제화를 지지하는 인물. 그는 우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가들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학자가 아닌 유일한 인물인 정융녠(鄭永年·58) 홍콩중문대(선전) 글로벌 및 당대 중국 고등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외교와 내치에 있어 모두 중국 자신의 아이디어와 이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을 것으로 SCMP는 봤다.

한국에도 자주 왔던 판강(樊綱·67) 중국 개혁연구기금회 이사장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개혁 추진 학자 모임을 만든 만큼 중국의 지속적인 개혁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샤오쥐안(江小涓·63)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원장은 시 주석의 중국의 거버넌스 현대화와 궤를 같이하는 주장을 펼쳤을 것으로 SCMP는 전망했다.

시 주석이 주재한 9인 학자 좌담회를 두고 류성쥔(劉勝軍) 중국 금융개혁연구원 원장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각계 의견을 듣는 것, 다른 하나는 참가자 면면을 통해 중국 사회에 중국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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