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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본능 박지성 인종차별 반대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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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인종차별’을 발로 깨뜨리는 박지성. [사진 슛 포 러브]

‘인종차별’을 발로 깨뜨리는 박지성. [사진 슛 포 러브]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 별명)’가 이렇게 웃긴 캐릭터였어?”

조원희에 맞서 ‘그걔맨’ 농담 화제 #박 “재밌는 건 편집의 힘이 컸다” #차별에 대한 무지 막으러 캠페인 #세계적 스타들 지명해 동참 유도

축구 팬들은 요즘 박지성(39) 영상을 보면 배꼽을 잡는다. 박지성이 유튜브 채널 ‘슛 포 러브(Shoot for Love)’에 출연해 그간 숨겨왔던 개그 본능을 뽐내면서다.

대표적 일화다. 한 번은 조원희(37·수원FC)가 유튜브 방송에서 “축구는 ‘조차박’(조원희-차범근-박지성 순서라는 뜻)이다. (박)지성이 형은 1대1로는 나를 한 번도 못 뚫었다”고 허세를 부렸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박지성이 “그럼 걔(조원희)가 맨유에 갔겠지”라고 받아쳤다. 박지성은 이어 “걔가 어디서 뛰었더라. 저기 변방에서 뛰었어. 우리 우승 파티할 때, 우리한테 진 팀 있어. 줄무늬 유니폼”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이 유튜브에서 그걔맨 발언을 하는 장면. [사진 유튜브 슛 포 러브 캡처]

박지성이 유튜브에서 그걔맨 발언을 하는 장면. [사진 유튜브 슛 포 러브 캡처]

박지성은 2005년부터 7시즌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다. 조원희는 2008년부터 2시즌 위건 애슬레틱에서 뛰었다. 위건은 현재 3부리그에 있다.

팬들은 “그럼 걔가 맨유에 갔겠지”라는 말을 줄여 ‘그걔맨’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이 역시 박지성 별명이다. 팬들은 “선수 시절 ‘겸손의 아이콘’이던 박지성이 이렇게 스웨그 넘치는 캐릭터라니”라며 재미있어했다. 박지성은 내친김에 조원희를 데리고 차범근을 찾아갔다. 차범근은 “(조)원희가 우리하고 1대1이 되냐? 지성이랑 난, 너하고 수준이 좀 다르지 않냐”라고 면박을 줬다.

이영표(왼쪽), 조원희(가운데)와 함께 사회공헌 홍보 영상도 촬영했다. [사진 슛 포 러브]

이영표(왼쪽), 조원희(가운데)와 함께 사회공헌 홍보 영상도 촬영했다. [사진 슛 포 러브]

영국 런던에서 지내는 박지성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박지성에게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하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편집의 힘의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슛 포 러브’ 운영자 김동준(닉네임 씨잼철)씨는 “중학교 때부터 박지성 팬이었다. 그땐 ‘근엄한 캡틴’ 이미지였다. 실제로 만났는데, 박지성 선수가 사석에서 한마디 툭 던지면 사람들이 빵 터진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TV 예능프로그램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5년부터 5년째 ‘슛 포 러브’에 꾸준히 등장한다. ‘슛 포 러브’는 2015년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축구 채널이다. 구독자가 125만명이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시작 때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는 채널이다. 축구 관련 콘텐트를 가장 잘 만들고, 좋은 취지의 영상을 잘 만들어서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오른쪽 셋째)은 이영표(오른쪽 넷째), 슛 포 러브 운영자 김동준(왼쪽 셋째) 등과 함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촬영을 했다. [사진 슛 포 러브]

박지성(오른쪽 셋째)은 이영표(오른쪽 넷째), 슛 포 러브 운영자 김동준(왼쪽 셋째) 등과 함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촬영을 했다. [사진 슛 포 러브]

그렇다고 박지성이 재미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애쓴다. 지난달 30일에는 박지성이 출연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We Can Kick Racism(인종차별을 뻥 차버릴 수 있어)’ 영상이 공개됐다. 축구 경기복 차림의 박지성이 ‘chink’, ‘DVD’ 등 동양인 비하 발언을 배경으로 서 있다. 이어 박지성이 몸을 던지는 멋진 발리슛으로 ‘Racism’이라는 글자를 깨뜨린다.

이 캠페인은 챌린지로도 이어간다. 멋진 킥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그다음 도전자 3명을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박지성은 파트리스 에브라, 손흥민(토트넘), 지소연(첼시 위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를 지목했다. 박지성만 빠른 확산을 위해 4명을 지목했다.

해시태그가 달린 한 게시물 당, ‘슛 포 러브’에서 1000원씩 인종차별 반대 관련 단체에 기부한다. 최대 10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기업들의 참여도 받는다. 김동준씨는 “중앙일보 측에서 다음 달 초부터 서울 코엑스에 있는 전광판을 통해 우리 영상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박지성은 퀸즈파크레인저스(잉글랜드) 주장이던 2012년 9월, 첼시 수비수 존 테리와 악수를 거부했다. 테리가 팀 동료 안톤 퍼디낸드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이 모티 트위터]

박지성은 퀸즈파크레인저스(잉글랜드) 주장이던 2012년 9월, 첼시 수비수 존 테리와 악수를 거부했다. 테리가 팀 동료 안톤 퍼디낸드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이 모티 트위터]

박지성은 퀸즈파크레인저스(잉글랜드) 주장이던 2012년 9월, 첼시 수비수 존 테리와 악수를 거부했다. 테리가 팀 동료 안톤 퍼디낸드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박지성과 절친했던 카를로스 테베즈(아르헨티나)가 과거 눈을 양옆으로 찢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박지성은 “테베즈는 나를 위한 세리머니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인종차별적 행동을 잘 모른다”며 캠페인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지성은 “모든 이는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인종인지에 관계없이.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고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행동이 인종차별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차별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차별이고, 왜 차별해서는 안 되는지지속해서 알리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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