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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결국 사람 바꿔 ‘8월말 다주택 제로’ 달성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명→8명→0명.

‘마지막 다주택’ 여현호 비서관 경질 #전세 사는 조건으로 집 팔려다 불발 #정무비서관에 이낙연 측근 배재정 #청년비서관 김광진 등 6명 임명

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65명) 중 다주택자가 한 명도 없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을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교체하면서다. 1주택 이하인 자만 기용한다는 ‘직(職)이냐 집이냐’ 논란의 종착역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실거주하는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팔라”고 했을 당시 청와대 내 다주택자는 20명(당시 64명)에 달했다. 그러다 올 7월 말에는 8명으로 줄었고 이번에 0명이 됐다. 이 과정에서 노 실장은 서울 반포 아파트가 아닌 청주 아파트부터 팔았다가 ‘똘똘한 한 채’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 실장은 결국 반포 아파트도 팔아 무주택자가 됐다. 앞서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강남·송파 아파트를 팔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고,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도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노 실장과 김조원 전 수석 간 “언쟁”(김외숙 인사수석)이 벌어졌다.

신임 청와대 비서관 6인

신임 청와대 비서관 6인

여 비서관은 이날까지 집을 팔지 못한 사람이었고, 결국 집을 팔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 비서관이 매도가를 계속 내리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서울 마포 아파트를 매각하지 못했다”며 “여 비서관이 결국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 신고 목록에 따르면 여 비서관은 경기도 과천 아파트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 등 2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과천 아파트는 재건축 중으로, 입주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당초 여 비서관은 과천 아파트 입주 시점에 마포 아파트를 팔려고 했었다. 하지만 노 실장의 마지노선 탓에 결국 마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13억5000만원으로 지난달 11일 기록했던 실거래가(13억3000만원)보다 높으나 최근 최고 호가(14억원)보단 낮은 수준이었다. 또 당분간 전세로 머무르는 조건(‘전세 낀 매도’)이었다.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자기 집을 사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6·17 부동산 대책으로 3억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 기존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조치가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됐다. 이 조치로 갭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여 비서관의 집도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비서관 6명을 교체했다. 정무비서관에 배재정 전 의원을 임명하고 김광진 정무비서관은 청년비서관으로 이동시켰다. 김제남 시민사회수석이 맡았던 기후환경비서관에는 박진섭 전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임명됐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발탁으로 공석이 된 평화기획비서관에는 노규덕 현 안보전략비서관이 수평 이동했고, 장용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노 비서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배 비서관의 경우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뒤 20·21대 총선에선 문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을 물려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차관급)을 맡았다. 배 비서관이 당·청 간 소통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청년비서관은 이번에 신설됐다. 직제 자체는 6월 만들어졌지만 당시엔 행정관급이 기용됐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20대 지지율이 60대 이상과 동조화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로 지난달 초 서훈 국가안보실장 임명으로 시작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문제를 총괄한 정책실에선 국토교통비서관만 교체됐다. 사표를 냈던 노영민 실장도 자리를 지켰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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