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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76% “수도권 집값 폭등은 정부 정책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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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현미 장관은 31일 30대의 아파트 매수 열풍과 관련해 ’저희는 조금 더 (매수 시기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현미 장관은 31일 30대의 아파트 매수 열풍과 관련해 ’저희는 조금 더 (매수 시기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제학자 10명 중 8명(76%)이 수도권 주택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목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18~24일 실시해 31일 밝힌 설문조사 결과다. 경제학회는 경제학자 72명에게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 폭등 현상의 주요 원인이 재건축 억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공급 확대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용 장기 보유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데 있는지’를 물었다. 응답자 가운데 30%가 ‘강하게 동의한다’, 46%가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은 16%에 그쳤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경제학회 72명 설문조사 #“주거선호지역에 공급 늘려야” 78% #“임대차3법, 임차인에 부담” 71% #8월 서울 아파트 거래 작년의 31%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한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은 동질적인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 선호가 크게 반영되는 매우 이질적 상품”이라며 “선호하는 주택의 공급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각종 세금을 중과하게 되면 가격 상승은 매우 기초적인 경제학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78%가 ‘주거 선호 지역에 공급 확대’를 꼽았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란 답은 11%였다. 또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세울 때 가장 우선해야 할 목표로 53%가 ‘서민·청년층 주거 안정’을 제안했다. 여권에서 강조하는 ‘불로소득 환수’란 답은 한 명도 선택하지 않았다.

임대차 3법이 ‘전세 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로 임차인의 임대 부담을 오히려 상승시킨다’는 주장에도 71%가 동의했다. ‘임대료 안정으로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보호된다’는 의견은 15%에 불과했다. 세입자를 위한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역설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매매와 전세 거래는 최악의 ‘거래 절벽’을 맞았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31일 기준)는 2148건으로, 전달의 20% 수준이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31%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도 6078건으로, 전달의 52% 수준이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60% 줄었다.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월간 전·월세 거래가 1만 건 이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에 띄는 것은 반전세가 늘었다는 점이다. 8월 전·월세 시장에서 반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한 계약)가 차지하는 비율은 14.2%로, 올해 들어 가장 높다. 7월보다 4.1%포인트 상승했다. 임대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전세와 달리 월세는 돌려받을 수 없어 전세보다 주거비용 부담이 크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팔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줘야 하는데 거래세마저 조르니 파는 대신 주택을 쥐고 있게 만든다”며 “커진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증여가 늘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미 “강남4구 상승세 멈췄다”=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이 진정세에 들어갔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장관은 “지난주 서울 상승률이 0.01% 정도 됐고, 강남 4구 같은 경우 부동산 상승률이 2주째 0%기 때문에 상승세가 멈췄다고 보고 있다”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조정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 상당 부분 거품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숙·최현주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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