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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살린 ‘호텔 르완다’ 실존 주인공 "무장테러 의혹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존 주인공 폴 루세사바기나(66)가 테러 및 민간인 살해 등 혐의로 체포됐다. EPA=연합뉴스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존 주인공 폴 루세사바기나(66)가 테러 및 민간인 살해 등 혐의로 체포됐다. EPA=연합뉴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존 주인공이 테러 및 민간인 살해 혐의로 체포됐다. 호텔 르완다는 1994년 내전 당시 1000여명의 난민을 구해낸 사업가 폴 루세사바기나(66)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르완다 수사당국은 루세사바기나를 국제 형사재판소(ICC)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에 따라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지 수사 당국은 성명을 발표해 “루세사바기나는 국내외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해 온 극단주의 무장 테러 집단의 설립자·수장 겸 후원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루세사바기나에 적용된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테러리즘·방화·납치·국내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살해 행위와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호텔 르완다' 장면 일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영화 '호텔 르완다' 장면 일부. 사진 페이스북 캡처

1994년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는 다수민족 후투족에 의해 소수민족 투치족에 대한 집단 학살이 이뤄졌다. 한 해 동안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만 최소 80만명에 달한다.

후투족 출신으로 투치족 아내를 둔 루세사바기나는 학살 당시 수도 키갈리에 위치한 고급 호텔 ‘밀 콜린스’의 지배인이었다. 그는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호텔에 묵은 난민 1200명이 살해당하는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실화를 다룬 영화 ‘호텔 르완다’는 2004년에 개봉,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비롯해 여러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루세사바기나는 이듬해 공로를 인정받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기도 했다.

2005년 당시 루세사바기나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2005년 당시 루세사바기나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다만 영화 개봉 이후 일부 르완다 집단학살 생존자 단체는 루세사바기나의 업적이 과장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루세사바기나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현지 수사당국이 그와 콩고 반군과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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