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베 건강이상은 핑계? "진짜 사임 이유는 아베노마스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건 건강이 아닌, 각종 스캔들과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 의사를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 의사를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일본 조치(上智)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칼럼 ‘아베 신조는 병들었다. 하지만 이게 그가 사의를 표명한 유일한 이유일까’에서 “일본 최장기 재임 총리가 ‘책임지라’는 국민의 요구를 회피하면서 정권을 떠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가 사의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꼽았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져 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그 경제적 여파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국민 앞에서 설명도 부족했다”며 “일본인 대다수가 이에 비판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인이 쓰기엔 크기가 작은 일명 ‘아베노마스크’라는 천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수년간 제기된 스캔들도 아베 총리의 사임을 예정된 수순으로 만들었다고 나카노 교수는 주장했다. 2017년 불거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의 경우 전 모리토모학원 이사장 부부가 아베 총리 부부의 위세를 등에 업고 학교 용지로 쓸 국유지를 감정평가액보다 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재무성 당국자들이 국유지 매각 관련 공문서에서 아베 총리 부부 관련 내용을 삭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베 총리는 부인만 할 뿐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해 11월엔 아베 총리가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 후원회 관계자들을 초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사안에 대해 논란이 일었을 때 역시 아베 내각은 해명은커녕 행사 참석자 명부를 폐기해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 아베 총리는 자신이 선호하는 검사의 정년을 연장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린 후 이를 뒤늦게 정당화하려는 듯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한 일, 측근인 국회의원 부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매수)로 구속기소된 일 등 숱한 논란에 휘말렸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는 의회, 언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게 많지만 이를 가능한 한 적게 해왔다”며 “지난 6월 18일 이후 이달 28일 사의를 발표할 때까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이 없는 걸 보면 어쩌면 국민의 요구를 감당 못하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호사카 교수는 지난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아베 총리의 지병인 대장염은 극복이 가능한 병”이라며 “아베 총리의 스트레스 지수를 최고도로 올린 건 사실 (스캔들에 대한) 재판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