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좀비에 맞서는 시민들, 좀비 피해 꼭꼭 숨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늘의 놀이. 좀비놀이

본 칼럼은 영화 '반도' 등의 개봉이 예정됐던 지난 7월 출고 예정돼 있던 내용이다. 지난 여름, '반도'·'살아있다' 등의 좀비 영화가 개봉한 바 있다.[사진 NEW]

본 칼럼은 영화 '반도' 등의 개봉이 예정됐던 지난 7월 출고 예정돼 있던 내용이다. 지난 여름, '반도'·'살아있다' 등의 좀비 영화가 개봉한 바 있다.[사진 NEW]

“아들~ 오늘은 학교에서 뭐 하고 놀았어?”
아들 “좀비 놀이”
“그게 무슨 놀이야?”
아들 “좀비들이 사람들 감염시켜서 좀비 만드는 거, 나는 세 명 잡았어.”

실내 놀이 소개하는 놀이하는사람들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나눈 대화예요. 지난 2016년 개봉한 '부산행' 이후 좀비 이야기가 떠들썩하더니 아이들의 놀이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는가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이 방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술래잡기와 비슷했죠. 다른 점은 잡히면 좀비가 되는 거예요. 좀비가 결국 술래인 셈이죠.

흘려 들었던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 놀이’ 꼭지를 맡고 떠올려 보았습니다. 소중 독자 여러분도 이 놀이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한 결과로는, 한 중학교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좀비 놀이를 한 동영상이 있죠. 제가 아들 등에게 물은 결과에 따르면요.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눈을 감고 다른 아이들을 감염시키는 좀비로, 다른 팀은 좀비의 손길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시민이 됩니다. 좀비가 시민을 만지면(영화 속 입으로 무는 설정을 만지는 것으로 대체해 따라 한 것) 시민도 좀비가 되는 놀이였죠. 주어진 시간 안에 모두 좀비가 되면 좀비팀이 승리, 시민이 살아남으면 시민팀이 승리합니다.

[소년중앙]

[소년중앙]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친정에 놀러 간 김에 조카들을 모아 좀비 놀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네 명이라 둘씩 좀비팀, 시민팀이 되어 처음에는 10분, 익숙해진 후 5분씩 끊어서 놀이를 했어요. 아래층에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뛰지 않고 살금살금 걸어서 숨기로 했죠. 이긴 팀은 딸기 한 개씩을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손뼉을 쳐주거나 숨지 않고 좀비 뒤를 몰래 따라다녔습니다. 두세 번 해본 후에는 조금씩 행동이 달라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숨는 장소를 좀비들이 대부분 알아채서 시민팀은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를 피해 숨을 장소를 찾느라 놀이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소파 밑은 말할 것도 없고 먼지가 켜켜이 쌓인 에어컨 뒤에도 숨었죠. 쓰레기통 뚜껑까지 뒤집어쓰는 등 살고자 하는 본능이 번뜩이는 재치로 발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는 9월 KBS 방영 예정인 예능 드라마 '좀비탐정'. 좀비는 영상물 등 콘텐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됐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오는 9월 KBS 방영 예정인 예능 드라마 '좀비탐정'. 좀비는 영상물 등 콘텐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됐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참을 놀던 도중, 시민팀에서 새로운 제안을 했죠. 시민이었다가 잡힌 좀비는 좀비처럼 연기하는 이른바 '좀비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잠시 후에 시민을 잡을 수 있게 하자고 했어요. 좀비를 다룬 영화에도 이런 설정이 있습니다. 좀비가 사람을 물면 바로 좀비로 변하지 않고 시간이 좀 걸리죠. 시민팀은 이 장면 등을 생각해 말한 거예요. 현실적 이유도 있었죠. 좀비팀 학생들이 시민팀 학생들을 빨리 잡아버리면 숨을 시간이 없어 시민이 불리하다는 겁니다. 의견을 받아들여 좀비에게 잡힌 시민은 30초 후에 좀비가 되는 것으로 바꿨죠. 그러자 시민들이 잡히는 시간이 늦어졌으며 30초를 세는 동안 눈을 가리는 시간을 확보해 놀이가 차분해졌습니다. 집 안에서 뛰지 않고 놀아도 아이들의 머리에서는 긴장감에 땀이 흘렀죠.

“휴~ 진짜 좀비한테 쫓기는 것 같았어.” “아까 형이 내 머리에 손을 내밀 때 잡히는 줄 알았어.” 아이들끼리 소감을 나누며 시원한 물과 함께 놀이를 마쳤습니다. 좀비 놀이는 뛰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아 실내에서 하기에도 적당해요. 색다른 형태의 술래잡기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새로운 술래잡기를 만들어 또 다른 좀비 놀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놀이단체 놀이하는사람들이 소개하는 ‘좀비 놀이’ 규칙

[소년중앙]

[소년중앙]

① 희망에 따라 좀비팀, 시민팀으로 나눕니다.
② 놀이 시간과 공간을 정합니다. 어디까지 도망가서 숨을 수 있는지 범위를 정하는 것도 좋겠죠.
③ 좀비들은 눈을 가리고 시민을 잡아요. 시민들은 좀비를 피해 숨습니다.
④ 좀비에게 잡힌 시민은 감염되었기 때문에 좀비가 되어 다른 시민을 잡아요.
⑤ 놀이 시간 안에 모두 좀비가 되면 좀비팀이 승리합니다. 시민이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으면 시민팀이 승리합니다. 놀이 시간은 여러분 자유의지로 정해보세요.

글=정혜성(놀이하는사람들 서울지부 동작지회원)
사진=소중 편집부
정리=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