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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美 강제로 틱톡 팔려하자, 틱톡 기술 아예 막아버린 中

중앙일보

입력 2020.08.31 06:00

중국이 지난 28일 인공지능(AI)기술 수출 규제 강화안을 발표했다. 틱톡(Tiktok) 강제 매각을 추진 중인 미국에 반격을 개시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월마트, 오라클, 소프트뱅크,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뛰어든 틱톡 인수전의 미래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졌다.

무슨 일이야?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2008년 이후 12년 만에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고시 제38호, 2020)을 발표했다. 총 53개 신기술을 수출 규제 기술로 정했고 이 중 '컴퓨터 서비스 산업'이 포함됐다.'중국기업이 AI기술을 수출할 경우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 ▶음성 합성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 ▶음성 평가 ▶지능형 인식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기술 덕분에 국제적으로 성공한 바이트 댄스(틱톡 모회사)가 해외 기업에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것은 기술 수출의 한 형태"라며 "매각 협상 중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 논리에 똑같은 논리로 대응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무부 산하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의 결정(2017년 바이트댄스의 미국 기업 뮤지컬리 인수가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틱톡 강제매각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고시한 기술 수출 규제안 제 15항. 컴퓨터 서비스 산업 규제 내용.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고시한 기술 수출 규제안 제 15항. 컴퓨터 서비스 산업 규제 내용.

왜 중요해?

틱톡 인수전에 중국 정부 개입이 시작됐다.기술 수출 규제안을 통해 틱톡 매각을 반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 보복 대신, 바이트댄스의 기술 수출을 막는 우회로를 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의 새로운 제한은 틱톡 인수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수 협상 대상자가 선정돼도 중국 정부가 매각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악의 경우 매각 대신 미국 사업 철수를 택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인수전은?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0일부터 바이트댄스와 거래금지, 11월 12일까지 틱톡을 매각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간 MS, 트위터, 오라클, 구글(알파벳), 소프트뱅크, 넷플릭스 등이 직간접적으로 틱톡 인수 의사를 나타냈다. 최근 MS와 월마트 연합, 오라클과 세콰이어캐피털 등 사모펀드 연합으로 후보군이 압축되는 상황.
·매물은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의 지역 틱톡 운영권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매각 가격을 200억~300억 달러(약 23조 6000억~ 35조 5000억원)로 추산하며 금주 내 인수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변수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구매 대신) 틱톡 전체를 구매하는 것이 쉬울 수 있다"고 언급(3일)했고, 바이트댄스는 행정명령 취소 소송(8월 24일)을 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기술 수출 금지라는 브레이크(8월 28일)까지 등장.

틱톡의 위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틱톡의 위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S의 계산서

MS는 가장 먼저 인수전에 나섰다. 공식 발표한 지난 3일 MS 주가는 5.6% 급상승.
·운영체계, 오피스 등 기업대상(B2B) 사업군을 가진 MS의 숙원은 유튜브·페이스북처럼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 MS는 2012년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소셜(Socl)', 2016년 게임스트리밍 플랫폼 믹서를 내놨지만 실패했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에 꼽히지 못한 MS가 틱톡 인수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포브스)는 전망.
·소비자 행동 데이터 확보를 노린다. 틱톡은 미국에만 1억명 사용자가 있고,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다. 틱톡 인수는 MS 클라우드 애저(Azure)의 점유율을 5%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경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 AI와 증강현실(AR) 분야 기술 시너지도 기대된다.

월마트의 계산서

월마트는 지난달 27일 MS와 공동인수를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마존을 노린다.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미국)은 7%로 아마존(44%)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뱅크오브 아메리카). 아마존 프라임을 겨냥한 정기구독서비스 '월마트+'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1억명에 달하는 틱톡 사용자는 잠재 소비자가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에 이커머스를 결합했듯, 틱톡에서 월마트 쇼핑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
·정치적 이점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비지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장을 맡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고 전햇다. MS 입장에선 이커머스에 강점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월마트가 우군이 된 것이 반가운 상황.

오라클의 계산서

오라클은 소비자 데이터 확보를 노리고 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관리(DBMS) 시장 세계 1위 기업. CNBC는 "틱톡 데이터를 통해 오라클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며 "MS와 달리 바이트댄스와 (SNS 등에서) 직접 경쟁 가능성이 작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오라클의 공동설립자 래리 엘리슨은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라클은 훌륭한 회사이며 충분히 틱톡을 다룰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라클은 바이트댄스 이사회에 참여 중인 세쿼이아캐피털, 제너럴아틀란틱 등과 협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정치적 관계를 통해 경쟁의 이점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이 든 성배 쟁탈전

빌 게이츠 MS 창립자는 "틱톡 인수는 독이 든 성배"라고 언급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디즈니 출신 케빈 메이어 CEO는 지난주 사퇴했다. 틱톡 인수기업이 무조건 성공한다고 전망하긴 힘들다.
·틱톡을 인수한 기업은 별도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하며 기존 틱톡과 분리된 탓에 광고 영향력 및 사업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시장 확장에 한계(바이트댄스가 다른 지역 운영, 인스타그램 릴즈 등 경쟁 포화)가 있다는 점도 부정적 측면. 인수 후 중국시장에서 역풍 맞을 가능성도 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과학기술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틱톡 인수전은 결국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싸움"이라며 "어느 기업이 인수하건 미중 갈등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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