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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편당 100원 수익, 토종 OTT 살리자고 영화업계 죽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영화 콘텐트는 OTT라는 매장을 화려하게 채워주는 진열품이 아니다. 개별 생명력을 가진 작품들을 도매금으로 취급해 ‘헐값’으로 생색내는 현재의 토종 OTT 서비스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콘텐트 투자 없이 망 사업자만 키워” #영화업계, 공짜 음원 꼴날라 위기감

영화관 이용 줄고, OTT 이용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화관 이용 줄고, OTT 이용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화업계가 급변하는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콘텐트 제값 받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극장 개봉 공식이 깨지고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퍼지고 있지만 정작 콘텐트에 대한 적정한 투자·지불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영화업계로선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거의 ‘공짜’로 전락한 디지털 음원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비친다.

먼저 깃발을 치켜든 이들은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이하 ‘수배협’). 그린나래미디어·누리픽쳐스·더쿱 등 국내 수입·배급사 14곳이 소속된 수배협은 최근 수익정산방식 및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왓챠와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에 콘텐트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월정액 무제한 감상 모델의 OTT에선 영화 저작권료가 기존 IPTV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면서다. 예컨대 IPTV에서 영화 1편 결제시 저작권료 비중이 1500원이라면 OTT에선 100원 내외라는 거다. 콘텐트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국내 서비스하는 넷플릭스는 보이콧 대상에서 빠졌다.

이런 분위기에 영화 콘텐트가 서비스의 핵심인 왓챠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왓챠는 수배협이 요구하는 ‘영화를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은 신산업인 OTT의 구독모델 자체를 포기하란 거라며 반박문을 냈다. “극장과 IPTV에서 이미 소비된 구작들만 OTT로 넘어오기 때문에” 월정액 정산이 헐값 후려치기가 아니라 추가 수익 창출이라는 논리도 폈다.

OTT별 통합순이용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OTT별 통합순이용자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계에선 수배협과 왓챠의 갈등은 그간 내재된 영화 쪽 불만이 표면화한 것이라고 본다. 영화계는 그간 극장 개봉 후 일정한 기간(홀드백)을 거쳐 IPTV에 공급해왔다. IPTV는 TVOD(건별 결제 방식)가 일반적이다. 반면 OTT에선 SVOD(정액형 구독 방식)가 기본이다. 왓챠 같은 경우 구독자가 해당 콘텐트를 얼마나 봤는지 소비 시간을 따져서 콘텐트 업자들에게 정산해준다. 이 경우 영화는 드라마·예능 등 TV 시리즈물보다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정석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대표는 “OTT에선 영화가 다른 영상물들과 구분 없이 매대에 널려 있다. 애초 무료 전파 공급용으로 생산된 방송물과 극장용 영화를 두고 소비 시간만 따지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와 국내 OTT의 차이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는 판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콘텐트를 자기 소유로 만들지만 한국은 구독형인데도 수익 정산을 한다. 공급 편수가 늘어날수록 각 영화의 점유율(수익)은 떨어지는 구조인데 누가 반기겠느냐”고 되물었다.

수배협이 콘텐트 공급을 끊을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해가 다르게 판도가 변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이참에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매출 규모는 5093억원. OTT 영화부문 서비스 매출에선 SVOD의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67.4% 커져 TVOD 성장세(15.3%)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올해는 더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에서 OTT를 주도하는 업체들이 현재 IPTV를 하는 망 사업자들이란 것. 왓챠를 제외하고 웨이브(지상파3사-SKT)나 티빙(CJ ENM), 시즌(KT)이 모두 자사 통신망(케이블)의 파워를 활용해서 개발시킨 OTT 모델들이다.

이성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은 “미국은 디즈니나 HBO가 어마어마한 콘텐트 아카이브를 가지고 플랫폼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망’을 가진 IPTV 사업자의 파워가 훨씬 크다. 결국 이들이 월정액 모델로 갈 때 영화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쳐줄 것인가 갈등이 진행 중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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