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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집, 복비가 900만원…중개료 내려라” 들끓는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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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택 중개수수료 개편 논의가 5년 만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사진은 이달 중순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지역의 모습. [뉴시스]

주택 중개수수료 개편 논의가 5년 만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사진은 이달 중순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지역의 모습. [뉴시스]

30대 A씨는 지난 5월 서울 성동구에서 9억원대 집을 샀다. A씨는 중개수수료(중개보수)를 내는 과정에서 중개사와 언쟁을 했다. 흔히 ‘복비’로 부르는 중개수수료는 거래 금액의 0.9% 이하(9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서 중개사와 소비자가 협의하게 돼 있다. 그런데 중개사가 협의 없이 0.9%를 받아내려고 한 게 문제였다. A씨는 “중개사가 수수료율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는데 계약서엔 수수료율이 0.9%로 적혀 있었다”며 “항의를 하니 고작 몇십만원 깎아줬다”고 말했다.

주택 중개수수료 5년만에 손볼까 #서울 중간 집값 9억, 상한선 0.9% #“중개서비스 달라진 것도 없는데 #집값 올랐다고 더 받냐” 분쟁 늘어 #김현미 “문제제기 많아 개선 고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0일 “현재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 개편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수료율 체계나 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개선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덩달아 소비자들의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진 상황이어서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주택 중개수수료율 개편은 2015년 이뤄졌다. 당시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한 단계(6억~9억원) 신설했다. 6억~9억원의 주택 거래에는 수수료율 상한선으로 0.5%를 적용하도록 했다. 그 전에는 6억원 이상 주택이면 일률적으로 수수료율 상한선이 0.9%였다. 나머지 주택 거래는 수수료율이 달라지지 않았다. 전·월세 수수료율 구간도 한 단계(보증금 3억~6억원)를 새로 만들고 상한선으로 0.4%를 적용했다. 그 전에는 전세 보증금 3억원 이상이면 일률적으로 0.8%였다.

서울 주택 매매 중개수수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 주택 매매 중개수수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택 중개수수료율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서울시는 2015년 2월 국토부의 개편 권고를 받아들인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조례 개정안은 같은 해 4월 시의회를 통과한 뒤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최근 3~4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정부가 ‘고가주택’으로 분류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9억원 이상 아파트도 크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간값)은 지난달 기준 9억2787만원(KB국민은행 조사)이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170만여 가구)의 절반 이상이 0.9%의 수수료율 상한선을 적용받는 고가주택이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는데 고가주택 기준을 여전히 9억원에 두고 있어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집이 달라진 것도, 중개사의 서비스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집값이 올랐다고 높은 중개료를 주는 건 납득이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조례에서 규정한 수수료율은 상한선이고 실제 수수료는 중개업자와 소비자의 협의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중개업자가 수수료를 상한선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주택 거래의 경험이 적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는 중개업자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10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를 최대 900만원까지 내야 한다. 매도자와 매수자 각각 수수료를 지불하므로 중개업자는 거래 한 건으로 최대 1800만원을 챙기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수수료율이 높다는 주장에 반발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집값과 전셋값을 올려놓은 건 정부”라며 “중개보수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매물이 줄고 중개업소가 많아 영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수수료율 인하는) 중개사의 수익구조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고 구간 9억원 이상은 수수료율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는데 소비자는 적게 내려고 하고 중개사는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하니 분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0.5~0.6%의 수수료율 하한선을 정해주면 소비자와 중개사가 수수료율을 협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화·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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