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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안갈거죠” 김종인 말린 이낙연…두사람 당수로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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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번에 저쪽(미래통합당)으로 안 가실 거죠?”

4ㆍ15 총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 3월 초,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종로에 출마했던 이낙연 민주당 신임 대표가 통합당으로부터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제의를 받고 고심하던 김종인(당시 야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렇게 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셔.”

당시 만남은 김 위원장과 가까운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이 주선했다. 먼저 김 위원장의 개인 사무실을 찾은 최 전 의원이 “곧 총리(이낙연)가 온답니다”고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아, 또 오셨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3월 18일자 20면〉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평소에도 종종 만나는 관계임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낙연 “김종인 덕에 특종”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낙연 민주당 대표 체제’의 등장으로 김 위원장과 맺은 인연이 정치권에서 회자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대 초,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82년 가을 전두환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연기할 것 같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썼는데 그 기사 출처가 김 위원장”이라며 “밤에 아파트에 갔는데 김 위원장이 술술 얘기해주시더라”고 했다. 이어 “그 인연을 본인도 기억하시고 후배로 많이 아껴주셨으니, 이번에도 많이 알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7대 국회에선 두 사람이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호남 신주류 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떠난 뒤의 새천년민주당이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원내총무(원내대표)였고, 김 위원장은 당 부대표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野 “이해찬 때와 다를 듯”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런 두 사람의 인연을 이유로 통합당에선 여야 간 협치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 시절 공천 문제로 김 위원장과 악연이었던 이해찬 전 대표 체제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았던 2016년 3월 20대 총선 공천에서 이 전 대표를 컷오프시켰고, 이 전 대표는 이에 반발해 탈당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친문 강경 일변도’인 민주당의 노선 변화를 이끌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도 있다. 또 다른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가 원래 신중한 언행을 하는 데다, 차기 대권이란 본인 필요에 의해서라도 친문 지지층이 아닌 국민 전체 정서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29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통합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적 세력과 결별한다는데, 그렇다면 저희와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질 수 있다”며 “협치가 의외로 쉬워질 것이란 기대도 있는데 김 위원장을 곧 뵙고 그런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협치와는 별개로 ‘대권 주자 이낙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통합당에선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30일 자신의 SNS에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제안으로 1987년 체제 이후 지켜 온 국회 원 구성의 원칙이 다 허물어졌다”며 “여당이 이왕 힘으로 깨부순 것, 그대로 방치하실 것이냐. 이 대표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여당이 독식한 야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를 이 대표가 책임지고 돌려놓으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새로 취임한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전화기를 들어 대통령께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이 조속히 편성돼 지급될 수 있도록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를 두고 내부에서 대립 중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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