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주변 10명 중 7명은 당신이 뭘 하든 관심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30 07:00

[더,오래] 김명희의 내가 본 희망과 절망(38)

올 초에 나는 악몽 같은 일을 겪었다. 20여 년간 피땀 흘려 쌓아온 탑이 한순간에 폭삭 무너져 잿더미가 되었다. 살면서 내게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핵폭탄 같은 폭풍에 나는 끝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 여파로 내 영혼과 육신은 산산조각 났다. 정신은 분쇄기에 갈려 가루가 되었고 벌거숭이가 된 채 광장에 던져졌었다. 나는 그때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이면을 경험했다. 그러나 내 실수에서 시작된 일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살면서 누구 못지않게 하늘의 연단도 받았고 단단해진 나였다. 그러나 그런 정신력으로도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고 나는 엄청난 후유증으로 피폐해져가던 중이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의 가족은, 혹시라도 내가 그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 버티기 힘들었던 그때, 나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절망과 공포 이겨내는 법’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를 검색했다. 무너져가는 내게, 누군가의 위로가 참으로 절실했다. 나를 다시 일으킬 그 끈을 잡기위해 몸부림쳤다. 그 때 들은 강연 중에 진통제처럼 내게 위로가 됐던 말이 생각난다.

살면서 내게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핵폭탄 같은 폭풍에 나는 끝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 여파로 내 영혼과 육신은 산산조각 났다. [사진 pxhere]

살면서 내게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핵폭탄 같은 폭풍에 나는 끝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 여파로 내 영혼과 육신은 산산조각 났다. [사진 pxhere]

어느 정신과 의사 겸 심리상담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장 힘들었던 그때, 그분의 한마디에 조금씩 나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각양각색의 감정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한 사람이 다 만족시킬 수 있나요? 그건 신도 불가능합니다. 누군가 당신을 미워하나요? 상처받지 말고 묵묵히 내 인생 사세요. 내 행복의 손잡이를 왜 타인에게 빼앗기세요? 내 저울이 아닌, 타인의 저울 위에 나를 올려놓고, 그들이 나를 미워하니 걱정되나요? 그렇게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상담을 해보면,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유독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증도 많아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세요. 우리는 언제든 타인에게 욕먹고 미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세요. 때로는 미움 받을 용기도 길러야합니다. 미움 받을 용기가 있을 때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입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주변에 열 명의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이 아무리 잘해도, 열 명 중 일곱 명은 어차피 여러분이 뭘 하든 관심 없고요. 그중 두 명은 여러분을 좋아하고요. 나머지 한명은 여러분이 아무리 잘해도 싫어합니다. 이유? 없어요. 그게 인간 심리예요. 반대로 여러분이 본의 아니게 어떤 실수나 잘못을 해도, 역시 열 명중 일곱 명은 어차피 여러분이 뭘 하든 전혀 관심 없고요. 한명은 그래도 여러분을 좋아하고 나머지 두 명은 또 여러분을 싫어해요. 여기에도 특별한 이유? 없습니다. 그냥 인간 심리예요."

"열 명 중 일곱 명은 우리가 잘하든 못하든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딱 한사람 차이라는 겁니다.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두 사람이 될 것이냐, 한 사람이 될 것이냐. 일곱 명은 내가 뭘 하든 관심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타인이 혹시 나를 싫어할까봐 불안해하고 끌려 다닙니다. 많은 사람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초점이 몰려있어요. 그것이 심하다 못해 병이 된 사람도 적지 않아요. 여러분 왜 그리 힘들게 삽니까? 그들에게 인정 못 받으면, 여러분 삶은 아무 것도 아닌 건가요? 누군가가 여러분을 미워하면, 여러분은 그때부터 살 가치가 없어지나요? 그건 아니지요? 누군가 여러분을 미워해도, 여러분 자체의 삶은 소중한 겁니다. 누군가 여러분을 미워한다고 그 일로 본인을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그 사람의 취향인거예요. 그냥 나두고, 여러분 인생 사세요. 여러분이 타인의 비위를 다 어떻게 맞춰요? 각자의 성격, 생각, 머리 모양, 입는 옷, 먹는 음식, 좋아하는 여행지, 직업, 나이, 환경, 모든 취향이 다 다른데 그들에게 맞출 수 있어요? 그리고 왜 맞춰야하죠?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면 그냥 미움 받아요. 거기에 휩쓸리지 말아요.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좋아해주지도 않는 그들에게 왜 삶을 낭비하고 괴로워하나요?"

인간은 타인에게 비칠 내 모습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 존재의 가치와 마음건강까지 위협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는 끌려가지 말고 마음의 브레이크를 꽉 밟아야 한다. [사진 pexels]

인간은 타인에게 비칠 내 모습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 존재의 가치와 마음건강까지 위협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는 끌려가지 말고 마음의 브레이크를 꽉 밟아야 한다. [사진 pexels]

그날 이후 나 자신을 더 사랑하려 노력한다. 어쩌면 타인에게 미움 받거나 인정받는 일이란,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오류가 있다. 인간의 이런 심리적 성향을 심리학에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나는 그동안 타인에게 미움 받을 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 바닥까지 떨어진 내 자존감에 위 강연은 위로를 주었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에게 비칠 내 모습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 존재의 가치와 마음건강까지 위협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는 끌려가지 말고 마음의 브레이크를 꽉, 밟아야 한다. 나는 그날 이후 누가 나를 미워해도 상처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나대로 소중하고, 당신은 당신대로 소중한 사람이다. 타인이 나를, 또는 타인이 당신의 마음을 알면 얼마나 알까? 당신과 나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그어놓은 잣대에 상처받지 말자. 누구든 나와 당신을 미워할 수 있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미움 받을 용기를 갖자.

시인·소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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