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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원빈과 이나영이 결혼한 맷돌 커피 원조 마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7) 

서울에는 경리단길이 있다면 경주는 황리단길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이전에는 평범하고 낡았던 골목이 핫 플레이스로 재탄생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에는 경리단길이 있다면 경주는 황리단길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이전에는 평범하고 낡았던 골목이 핫 플레이스로 재탄생하고 있다. [중앙포토]

요즈음 관광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19로 관광이 자제되고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호젓한 곳이나 사진찍기가 좋은 곳은 붐빈다고 한다. 서울에는 경리단 길이 있다면 경주는 황리단길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이전에는 평범하고 낡았던 골목이 핫 플레이스로 재탄생하고 있다. 농촌과 어촌에도 방문객이 늘고 있다. 마을과 농장으로 젊은 사람이 찾아오고 온 가족이 쉬러 오는 것을 보면 신통하다.

농촌 관광이란 무엇일까.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의 강신겸 교수는 “도시민들이 농촌다움이 보존된 농촌에 머물면서 그곳의 생활을 체험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라 정의했다. 한마디로 농촌 관광이란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레저와 관광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면서 관광도 단체 관광에서 개인 관광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농촌 관광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관광지보다 공기 맑고 힐링할 수 있는 청정 자연 속의 농촌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광 패턴에서 대안으로 나타난 관광이 문화 관광, 유산 관광, 모험 관광, 녹색 관광, 생태 관광이다. 모두 농촌과 어촌, 산촌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약 20여 년 전부터 개발됐다. 이를 통해 농가에서는 소득을 올리고 있고, 농촌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한다. 6차 산업 차원에서 장려되고 있다. 귀농·귀촌자에게 농촌 관광은 중요한 사업 소스다. 농작물 재배와 판매만으로 도시에 있을 때보다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없다면 소득 보전 차원에서 농촌 관광을 알아보고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농촌 관광은 도시인의 특성과 취향을 잘 아는 귀농·귀촌인이 농민보다 더 준비를 잘할 수 있다. 실제로 귀농·귀촌인 중에는 체험, 숙박, 음식 등을 통한 농촌 관광으로 안정된 소득을 얻고 방문객과 소통하면서 재미있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

시골에 있는 펜션 중에는 농민이 운영하는 것이 제법 많다. 농민은 특례법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고도 숙박업을 할 수 있다. 농어촌 민박이라고 부르는데, 외격이 농가이든 펜션이든 초가집이든 한옥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농어촌 민박은 조식을 줄 수 있게 돼 있어 시골 밥상을 찾는 도시인을 유치하기가 좋다. 농림부는 음식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농가 맛집’이라는 제도를 운영했고,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교육 농장’도 육성했다.

그러나 지역을 다니다 보면 체험관 하나만 있고 아무 활동이 없는 마을이 많다. 10여 년 전 농림부에서 ‘녹색 농촌 마을 사업’이라는 것을 추진했다. 사업 신청을 한 마을마다 2억~3억원을 지원해 체험관이나 마을 식당을 지어 주었는데, 정작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즐길 거리를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농촌뿐만 아니라 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나 기업에서도 발견된다. 하드웨어만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준비하지 않아서 방문객이 없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박물관과 전시관, 테마공원을 지어 놓으면 뭘 하는가. 내용, 재미, 의미가 없는데 사람이 오겠는가.

우리가 아는 오토캠프, 삼림욕, 오리엔티어링, 캠프, 반더포겔, 트레킹, 버드와칭, 행글라이딩, 사이클링, 마린스포츠, 피싱, 스쿠버다이빙, 탕치, 음천, 팜 홀리데이, 래프팅, 등반 등은 모두 농촌과 어촌에 가면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우리가 아는 오토캠프, 삼림욕, 오리엔티어링, 캠프, 반더포겔, 트레킹, 버드와칭, 행글라이딩, 사이클링, 마린스포츠, 피싱, 스쿠버다이빙, 탕치, 음천, 팜 홀리데이, 래프팅, 등반 등은 모두 농촌과 어촌에 가면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농촌에 가서 즐길 것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아는 오토캠프, 삼림욕, 오리엔티어링, 캠프, 반더포겔, 트레킹, 버드와칭, 행글라이딩, 사이클링, 마린스포츠, 피싱, 스쿠버다이빙, 탕치, 음천, 팜 홀리데이, 래프팅, 등반 등은 모두 농촌과 어촌에 가면 할 수 있다. 농촌은 무조건 한옥 툇마루에 앉아 인절미 떡메를 치고 한식을 먹고 과일만 따고 오는 줄 아는데 잘못 알고 있다. 다양한 아웃도어 레저와 문화 관광, 생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현장이 농어촌이고 농장이다.

귀농·귀촌해 농촌관광을 시작하고 싶다면 다음의 과정을 거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선 내부와 외부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야 한다. 농민 입장에서 농촌관광이 필요한 이유를 분석하고 고객이 우리 마을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의외로 농장에서 한나절 쉬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농장에서 푹 쉬고 잘 먹고 간다면 그 사람은 충성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그다음은 관광 사업의 목표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설정해 보는 것이다. 몇 명의 방문객이 오고 얼마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인지 추산한다. 그러고 나서 목표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이 단계에서 자원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자원과 역량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관광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농산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이거나 마을의 역사와 스토리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프로그램을 설계하였으니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유·무형적 자원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험 시설, 교보재, 교안 프로그램 등이 있다. 체험 프로그램과 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마을과 농장에 오면 무엇을 즐길 수 있고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알려야 한다.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한다. SNS는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다. 지역에서는 현수막이 좋은 홍보 도구다.

경북 고령의 개실 마을은 전통적인 한옥 마을이다. 주민 평균 연령은 70을 훌쩍 넘었다. 집집마다 한옥을 개조해 게스트룸을 만들어 손님을 맞는다. 할머니들이 음식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러기를 20년 하니 자손이 귀촌하고 있단다. 한옥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상품이다.

강원도 정선 덕우리 마을에 가면 주민들과 어울려 음식을 만들고 차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맷돌 커피는 덕우리가 원조란다. [중앙포토]

강원도 정선 덕우리 마을에 가면 주민들과 어울려 음식을 만들고 차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맷돌 커피는 덕우리가 원조란다. [중앙포토]

강원도 정선 덕우리 마을은 그냥 강원도 산골 마을이다. 거기서 뭘 할까 싶지만 주민들과 어울려 음식을 만들고 차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맷돌 커피는 덕우리가 원조란다. 산골의 전원생활을 체험할 수 있고 귀농·귀촌의 행복한 삶을 체험하기 딱이다. 원빈과 이나영이 이 마을의 개울 건너 밭에서 결혼식을 했단다.

강원도 평창군의 청성애원은 유명한 흑염소와 사슴 농장이자 동물원이다. 축산의 경험이 동물원으로 진화한 사례이다. 다람쥐가 하늘에서 뛰어다니고 어깨 위로 앵무새가 앉는다.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그리고 동물과 하루 종일 교감하며 우울증을 치료한 사람이 많다고 하니 치유 농업의 모범 사례이다.

충남 홍성의 예당큰집이라는 한식집은 농민이 운영하는 전통 음식점이다. 오래된 고택을 인수해 20년을 넘게 살고 있는 귀농인의 집인데 놀랍게도 식기 박물관을 운영한다. 박물관을 가진 농가다. 음식도 맛있지만 문화재를 함께 관람하니 한식에 대한 특별한 감동이 생긴다.

농촌 관광은 진화하고 있다. 농장과 마을은 농촌의 문화와 농업의 가치를 보존하며 생태계를 품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알고 보면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다만 숨어 있어 우리가 모를 뿐이다. 귀농·귀촌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으니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길을 찾아보길 바란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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