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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구글 눈독 들인다…돈 버는 농사꾼 만드는 '애그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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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스마트팜·디지털 농업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그린랩스'는 정보기술(IT) 업계 창업자들이 뭉쳐 만든 스타트업이다. 공동 창업자인 신상훈 대표는 데이팅앱 '아만다'를, 안동현 대표는 소셜커머스 '쿠차'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농업에 눈을 돌렸다.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인 최성우 대표도 IT 분야 코스피 상장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농업에 IT 기술 접목한 벤처 급증 #스마트팜에 스마트화분은 수출도 #지하철역 버려진 공간엔 식물공장 #미국 플렌티는 3000억원 투자 받아

세 사람이 '애그테크'(agriculture+tech·ㆍ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사업을 구상한 건 2016년.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IT 기술과 기존 전통 산업을 접목하는 '4차산업혁명'이 대세로 떠오를 때였다. 신상훈 대표는 "농업은 IT 기술과 인프라 도입 속도가 가장 느린 1차 산업이었다"며 "디지털 전환 시도가 적은 분야란 얘기는 바꿔 말하면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큰 분야'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린랩스는 현재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농업 자동화를 지원하는 '팜모닝' 솔루션, 농산물 가격 등 정보를 제공하는 '모닝노트' 앱 등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최근 농업 서비스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애그테크' 스타트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농업=전통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사람들도 기술을 통해 농작물 생산·유통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에 센서 기술을 접목해 농산물을 원격·자동으로 재배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팜'이 각광을 받는다.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앱 '팜모닝'. 농장에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설치하면 농장 분석, 제어도 가능하다. [그린랩스]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앱 '팜모닝'. 농장에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설치하면 농장 분석, 제어도 가능하다. [그린랩스]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솔루션 '팜모닝'은 AI 기술이 온·습도와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 실시간 환경정보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관리한다. 비닐하우스에 달린 센서가 실시간으로 작동하며 온도·병충해 상태 등을 농부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한다.

농가에 디지털 기술이 없었을 때는 농부의 경험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현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부들이 안정적으로 작황을 관리할 수 있다. 그린랩스는 회원 농가의 각종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실시간 저장해 '생육환경 최적화 엔진'을 가동한다. 엔진을 활용하면 작물과 농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초보 농부도 농장을 제어·관리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엔씽'은 센서가 달린 화분이 흙 속의 습도·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화분 '플랜티'로 애그테크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최근 레고 블록처럼 수직으로 쌓을 수 있는 컨테이너형 농장 '플랜티 큐브'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중동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플랜티 큐브는 컨테이너 내부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농작물을 재배한다. 일조량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인공 조명을 기반으로 온도·습도 모니터링 장치가 원격 작동한다. 엔씽은 비슷한 농작물이라도 습도·토질 등에 따라 수분 함량, 생육 속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최적의 생육 환경을 기반으로 맛과 식감이 좋으면서 영양도 풍부한 농작물 재배법을 '레시피'라고 부른다. 최고 품질의 농작물을 만드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팜 솔루션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지난 1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20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농업 스타트업 '팜에이트'는 국내 최초로 지하철역 안에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메트로 팜'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메트로 팜은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기존 노지 재배보다 40배 많은데다, 병충해 피해도 없어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역 역사 내에 있는 버려진 공간을 새싹 채소와 허브를 키우는 곳으로 바꾸는 중이다.

농가에 디지털 기술이 없었을 때는 농부가 본인의 경험에만 근거해 농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클라우드 기술이 발달되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부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농가를 꾸려갈 수 있다. [셔터스톡]

농가에 디지털 기술이 없었을 때는 농부가 본인의 경험에만 근거해 농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클라우드 기술이 발달되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부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농가를 꾸려갈 수 있다. [셔터스톡]

'애그테크' 기술은 농업 현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솔루션 '팜모닝'을 도입한 회원 농가는 전국 2000곳이 넘는다. 팜모닝을 쓰는 농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 농가는 증가 추세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그린랩스는 연말까지 회원농가 1만곳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애그테크 스타트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주요 애그테크 스타트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농가에서 디지털 기술에 크게 관심을 갖는 데는 창농(創農), 귀농(歸農)하는 '초보 농가'들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비닐하우스 등에 센서 등을 설치하는 데는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억 원 정도 투자를 해야 한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기존 농가에선 이런 기술 투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그러나 농사 경험이 적은 젊은 농부들은 달랐다. 초반에 IT 설비에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전하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애그테크 기술은 전세계 거물급 투자자·기업들도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미국의 대표적인 애그테크 스타트업 '플렌티'는 제프 베이저스 아마존 CEO,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등으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액만 2억 6000만 달러(약 3078억원)가 넘는다. 이 회사는 실내 건물의 벽면을 따라 작물을 키우는 이른바 '버티컬 파밍'(수직 농장) 기술로 유명하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언론 인터뷰마다 미래 유망한 산업군으로 농업을 꼽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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