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눈 달린 돈이 찾아가는 사람과 도망가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2020.08.29 08:00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59)

돈,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또 돈은 이만하면 됐다고 말할 사람 몇 사람이나 될까. 돈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게 보통 사람들 마음일 것이다. 조금 더 큰 집, 애들 교육, 빠듯한 살림살이에 숨통 좀 트고 살고 싶다 등등. 이것저것 다 풍족해서, 이만하면 됐다고 할 사람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소중한 돈,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돈은 선이다 악이다. 천국이다 지옥이다. 자유와 힘이다. 행복이고 인격이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당신은 돈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이 물음에 대부분 ‘나는 주인은 못될지라도 적어도 노예는 아니다’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윤활유 같은 게 돈인데 돈에 초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다보면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은연중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돈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 분수에 맞지 않게 돈에 집착하면 할수록 사람만 초라해진다. [사진 pxhere]

남들과 비교하다보면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은연중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돈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 분수에 맞지 않게 돈에 집착하면 할수록 사람만 초라해진다. [사진 pxhere]

일반적으로 돈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이유는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는 데 있다. 누구는 집값이 뛰어 얼마라던데. 애들은 좋은 학교 보내야 하는데. 어느 친구는 철마다 해외여행 다니던데. 어디 어디 골프 콘도 회원권이 있다던데 등등 비교할 것도 많고 열 받을 일도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은연중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돈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분수에 맞지 않게 돈에 집착하면 할수록 사람만 초라해진다.

돈에도 눈이 있다. 찾아가는 사람이 따로 있다. 땀 흘리지 않고, ‘돈 돈’하는 사람은 돈이 멀리 도망간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돈이 찾아갈까. 먼저, 어떤 사람들에게 돈이 많은지를 살펴보자. 예전에는 동대문 시장에서 포목상을 평생 하신 분인데 겉은 어수룩해 보여도 빌딩이 두세 채 있는 몇백억 알부자 유형이 많았다. 요새 버전으로는 크고 작은 사업에 성공하여 돈을 번 사람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다음 유형은 고소득 직업군이다. 소위 말하는 ‘사’자가 붙는 의사, 변호사 등 힘든 공부를 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직들이다. 그 외에 대기업에서 일을 잘해 고위 임원이 된 사람도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빼자.

그런데 번듯한 직업도 아닌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작은 가게를 하며 먹고살기 팍팍할 것 같은데, 의외로 알부자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예외 없이 지출에 거품 없이 규모 있게 산다. 검소하고 저축을 생활화하여 돈이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요약하면, 돈은 ‘을’이 되어서 자세를 낮추고 남의 고충을 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살아가는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면 검소하게 살면서 저축이 몸에 밴 사람들을 찾아간다.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탐할 일은 아니다. 돈은 조금 아쉬운 듯 부족해도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의 양식이 있고 내면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사진 pixabay]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탐할 일은 아니다. 돈은 조금 아쉬운 듯 부족해도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의 양식이 있고 내면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사진 pixabay]

이와 같은 카테고리에 들지 않는다면 돈과 인연은 없다. 그래서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로또로 주식 투자로 일확천금을 꿈꿔 본다. 조금 재미를 볼 수는 있으나 헛방일 확률이 높다.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한탄할 일은 아니다. 돈은 많은데, 그 돈이 화를 불러 평생 골치 썩이며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돈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가치 있게 돈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자신도 불행하고, 이웃이나 사회에도 도움이 안 된다. 주변에 돈 좀 있는 사람들 ‘내 새끼, 내 와이프’만 죽을 때까지 찾고, 어려운 이웃에게 얼마나 베풀던가? 돈만 움켜쥐고 있을 뿐, 그것이 운 좋게 내게 잠시 왔을 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반면, 평생 애써 모은 돈을 대학이나 과학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고 떠나는 의로운 분들도 있다.

돈에 대한 절제된 생각이 없다면, 부자이든 아니든 품격 있는 사람은 못 된다. 돈은 그 사람의 인생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돈에 대한 태도는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떠날 때 가방 두 개가 전부’인 스님, 신부님과 같은 수도사는 못 된다. 그러나 그들처럼 조금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 그래야 돈에 인질이 되어 인생을 다 바치는 짓을 피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돈에 집착, ‘내 돈 내 돈’하면서 자신의 지갑은 절대로 열지 않고, 돈 때문에 영혼을 파는 사람들, 얼마나 추하던가.

절제된 삶의 자세가 없고, 가치 있게 소비할 줄 모른다면 그런 사람에게 돈은 위험한 흉기일 뿐이다.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는 “재산은 자기 인격만큼 가지는 것이 좋다. 분에 넘치는 재산은 짐이 되어 인격이 손상되고, 고통과 불행을 초래한다. 살아보니 경제적으로는 중류층, 정신적으로 상류층으로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더라”고 하였다.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탐할 일은 아니다. 돈은 조금 아쉬운 듯 부족해도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의 양식이 있고 내면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돈에 도덕적인 가치가 없다면 푸르고 누런 색깔의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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