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적은 中, 같이 막을거지?" 동맹국에 청구서 띄운 에스퍼

중앙일보

입력 2020.08.29 05:00

업데이트 2020.08.29 07:23

"20세기 소련군을 대하듯 연구해야 한다."

[미 육군 트위터 캡처]

[미 육군 트위터 캡처]

누가 누구를 연구한다는 건가. 추정해보자. 20세기 소련을 가장 많이 연구했던 나라는? 미국이다.

그렇다. 발언의 주인공, 미국인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글을 기고했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그럼 누구를 소련군 대하듯 연구해야 한다는 걸까.

중국 인민해방군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그의 기고문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펜타곤(미 국방부)은 중국에 준비가 돼 있다(The Pentagon Is Prepared for China).”

중국의 무엇을 준비하는 걸까. 군사 굴기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에스퍼 장관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인민해방군 93주년을 맞아 2035년까지 인민해방군을 현대화하고 2049년까지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며 “나아가 공산당의 어젠다를 중국 해안 너머 멀리 퍼뜨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한다.

중국의 포괄적인 현대화 계획에는 사이버와 우주, 전자전 능력과 함께 재래식 미사일 같은 강력한 무기가 포함돼 있다”라고도 했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이게 왜 문제일까. 에스퍼 장관이 인민해방군을 ‘공산당의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미군처럼 헌법이나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닌 공산당을 위해 일한다”고 말이다. 그가 중국군의 현대화 추진으로 인해 “(미국 같은) 자유 국제질서와 베이징의 권위주의 시스템 간의 경쟁 시대가 됐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이어 앞서 말한 ‘소련군’ 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미 국방부는 과거 20세기 옛 소련군을 연구했듯 인민해방군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군을 현대화하고 항공, 육지, 해상, 우주 및 사이버공간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 나갈것”이라고 덧붙인다.

20세기 미국의 주적(主敵)이 소련이었다면, 21세기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마크 에스퍼 장관 트위터 캡처]

[마크 에스퍼 장관 트위터 캡처]

굳이 숨기지도 않았지만, 대놓고 드러내지도 않았던 ‘미·중 신(新)냉전’을 미국 군사 책임자가 공식 인정한 거다.

미국은 주적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 미 국방부는 5G 통신, 통합항공 및 미사일 방어, 인공지능, 초음속무기 등 최신 기술에 투자해나갈 것이며 이는 모두 중국보다 수십 년 앞선 우리 군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동맹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예로 지난달 호주와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10년간 국방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을 들었다. 또 앞으로 호주와 일본 등과 정보 공유를 더 해나간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이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키고 말레이시아의 석유와 가스 개발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이들 국가와도 협력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3억 9400만 달러 규모의 해양안보 지원 프로그램도 인도 태평양 인근 국가들에 펼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미 육군 트위터 캡처]

[미 육군 트위터 캡처]

에스퍼 장관은 “중국에 맞서 동맹국과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시스템을 지키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미국은 이 부담을 혼자 짊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동맹국들에 진정한 동반자로서 공정하게 분담해 줄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중국과 싸울 때 너희들도 역할을 하라는 얘기다. 미국이 중국의 간섭을 막아줄 테니 대신 돈을 내라는 말이다.

에스퍼 장관은 여기에 더해 “우리와 생각이 같다면 공동이익을 위해 대중국 정책을 조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와 영국이 자국 5G 시장에 화웨이 진출을 금지한 걸 예로 들었다. 다른 나라도 따르라는 뜻이다. 이에 덧붙여 “모든 국가가 인민해방군과의 관계를 재검토하라. (자신이) 공산당의 의제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이 조건 한국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마크 에스퍼 장관 트위터 캡처]

[마크 에스퍼 장관 트위터 캡처]

중국과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라는 주문, 한국에도 다가오고 있다.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부담하라는 압력이 올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 견제용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에 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5G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그만두라는 압력도 더 커질 것이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군망 캡처]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위협에 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26일 에스퍼 고문의 기고가 나오자 곧바로 외교부 대변인 차원에서 “전 세계에 수백 개 군사기지를 가지며 자국과 멀리 떨어진 해역까지 군함과 전투기를 파견하는 국가인 미국이 더 냉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한국엔 손길을 내민다. 당장 지난주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부산에 와서 시진핑 주석 방한을 논의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말하고 갔다.

사이에 낀 우리 고민만 커진다. 양국 모두가 들이민 청구서를 한국은 감당할 수 있을까. 절묘한 수를 생각해내야 한다. 머뭇거리다 보면 선택의 순간은 급작스레 다가올 거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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