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텔링]정규직 늘린다던 文정부, 무늬만 정규직 '중규직' 2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9 05:00

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의 규모는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고용만 보장하는 '무늬만 정규직', 처우 개선은 없는 이른바 ‘중규직’만 양산한 셈이다.

무기계약직은 고용 기간 측면으로만 보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정규직과 동일하다. 그러나 연봉이나 승급 등 정규직과는 처우가 달라 별도의 직군으로 분류된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중규직’이라 불리는 이유다. 공공기관 정원과 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도 정규직을 일반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구분하고 있다.

①고용 보장되지만 처우 다른 ‘무기계약직’  

공공기관 연도별 무기계약직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공기관 연도별 무기계약직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363곳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신규 채용된 규모는 2017년 2만 7391명에서 2018년 4만 6321명, 2019년 5만 4737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2분기까지 2017년 대비 2.1배 규모인 5만 7440명을 기록했다. 전체 일반정규직 대비 무기계약직 비율도 2017년 9.2%에서 올해 2분기 17.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6월 취업준비생인 청년층과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을 불렀던 인천국제공항(인국공) 논란도 무기계약직 채용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공사 측은 지난달 1일 정규직 전환 예정인 보안검색 요원 등 2143명을 일반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직접 고용 형태지만 신분은 일반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다.

②文정부,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에 포함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신규 채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신규 채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무기계약직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 등도 정규직으로 보겠다고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공공부문 정규직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반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전체 853곳의 정규직화 대상 19만 6711명 가운데 18만 5267명(94.2%)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는 집계가 나온다.

그러나 신규채용만 떼놓고 보면 일반정규직 대비 무기계약직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 일반정규직(2만 2024명) 대비 무기계약직(1641명) 비율은 7.5% 수준이었다. 올해 2분기에는 일반 정규직을 8943명 채용했는데 무기계약직은 3737명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41.8% 수준에 육박한다. 해당 기관 입장에선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면서, 예산이 삭감되면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고용을 먼저 종료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으로 폭넓게 해석하면서 일부 근로자들의 재계약 부담은 덜어줬지만 기존 정규직보다 연봉이 낮고 근로 조건도 열악해 정규직 전환의 의미는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시설관리직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2018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A씨는 “연봉이 오히려 200만원 줄어들었다”면서 “교육청에서 연봉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속 계약직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③인건비 30조 돌파...처우개선 로드맵 마련해야

공공기관 연도별 총인건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공기관 연도별 총인건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이들의 임금 인상이나 복리 후생 확대 등 처우 개선이 당장 어렵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는 것이 우선이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전체 공공기관 인건비 예산은 지난해(27조 5848억원)보다 9.1%(2조 7000억원) 늘어난 30조 292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공공기관은 전체 339곳 가운데 320곳(94.4%)이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규직으로 들어온 사람은 형식적으로 고용 안정은 달성했지만 정규직에 비해 현격한 처우상의 차이를 체감했다”며 “정부가 무기계약직 등 중규직이라는 고용 형태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들의 근로 조건과 임금, 처우 등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로드맵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ㆍ김민중ㆍ편광현ㆍ이가람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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