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신용호의 시선

진중권과 반문연대 안철수 "대통령이 고집만 피워 더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신용호 논설위원

신용호 논설위원

안철수(국민의당 대표)에겐 간철수란 별명이 있다. 간 만보다 철수한다는 뜻이다. 그가 정치권에 처음 등장했을 때 ‘안철수 현상’은 대단했다. 박원순에겐 서울시장 자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겐 야권 후보 자릴 양보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뒤 번번이 넘어야 할 벽을 넘지 못했다. 그놈의 간철수가 말아먹었다. 지난 대선에선 홍준표에 뒤졌고 다음 해 서울시장 선거에선 김문수에도 졌다. 그러곤 해외로 갔다. ‘안철수의 시대는 갔다’는 게 중론이었다. 올 1월 다시 왔지만, 총선에서 비례대표 3석에 머물렀다. 국토 종주 마라톤도 해보고 의사로 돌아가 대구에서 코로나 봉사도 했지만,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한때 ‘원수’ 진중권과 반문 전선 #“주변 아니라 대통령이 바뀌어야” #“체급 한계 극복 중” 또 기회 올까

그래도 계속 바동거렸다. 무슨 미련이 남아 그리하나 싶었지만 최근 그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과 여당을 거칠게 공격하면서다. 지난 5월 이후 여당의 독주를 비판하며 수위가 가팔라졌다. “(문 대통령이) 달나라 대통령 같은 얘기를 한다”, “제발 그 입들 좀 다물면 안 되나. 문재인 정권은 무능하고 뻔뻔하다”며 예열을 하더니 급기야 진중권(전 동양대 교수)과의 유튜브 방송이 큰 관심을 모았다. 한때 ‘원수’였던 두 사람은 반문(反文) 전선을 형성,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조회 수가 1편 62만, 2편 71만이다. 곧 3편이 나온다. 2편은 공개 하루 만에 50만 뷰를 넘었다. “결단의 순간마다 문 대통령 행방불명, 박근혜 시절과 뭐가 다른가” “정부·여당이 적폐 얘기를 안 한다. 자기들이 적폐니까” “부동산 정책 0할 0푼 0리”, "전체주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는 말들이 거기서 나왔다. 그에게 왜 그러는지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직접 물었다.

반응은 예상했나.
“전혀 못 했다. 대본 없이 주제만 있었고 진 교수 얘기를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라 더 얘기하고….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진 교수와 인연은.
“사실 절 아프게 비판했던 사람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남에게 적용하는 원칙을 자기에게도 적용하더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 생각해 응원하게 됐다.”
요즘 비판 메시지가 강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해선 직접 비판을 잘 안 했는데.
“제대로 해야 국민이 편한데 뭔가 제안해도 (문 대통령이) 고집만 피우니 더 강하게 비판하게 된다. 진 교수도 같은 말을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결국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총선 이후부터 발언이 거칠어지는데.
“충격을 받은 게 180석이 됐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았나. 그런데 여당에서 처음 나온 얘기가 KAL기 폭파 사건 재조사나 친일파 파묘 얘기였다. 기가 막히더라. 원래 한 사람이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그게 중요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다. 과거만 파고 있으니 큰일 난 거 아니냐. 그때부터 제대로 비판해야겠다 싶었다.”
서울시장에 나가려 그런 건 아닌가.
“선거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메신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야권 전체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통합당이 옳은 얘기를 해도 신뢰가 없으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저한테도 해당한다. 저로선 (국민의당 3석이라는) 체급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중이다.”
메시지가 통합당과 차이가 없고 조폭·패륜·노예 등 표현이 원색적인데.
“비판하는 건 같지만, 포인트와 대안이 다르다. 원색적이라는데 자식한테 빚을 일부러 떠넘길 정도면 패륜 부모 아니냐. 그런 이치다.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에서 따온 것들이다.”
비판만 해서 되나.
“지속해서 정책적 대안을 얘기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 말한 줄도 모른다. 그래도 농부가 밭을 탓하면 되겠나. 9월 초에 포스트 코로나 비전을 강연 형식으로 밝힐 거다.”

다시 안철수에게 기회가 올 수 있을까. 얼마 전 원희룡(제주지사)이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안 대표가 최선”이라 했다. 어제도 주호영(원내대표)이 “언제나 같이할 수 있다. 선택은 안 대표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공교롭게 안철수가 반문 전선을 강화하며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통합당이 극우세력과 선 긋기를 통해 왼쪽으로 향하면서 접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야권 통합을 명분으로 안철수에게 새로운 출구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제는 이번에도 자신이다. 그는 인터뷰 중 ‘간철수·강철수’ 얘기를 꺼냈더니 “간자 성은 이제 사라진 것 같다. 국민에게 제 말이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말로 하는 건 쉽다. 행동이 어렵다. 완전히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되는 거 말이다.

신용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