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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중국과 이효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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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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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예명으로 중국식 이름인 마오 어때요”라고 말한 이효리 발언의 후폭풍이 중국에서 여전히 거세다. 현지 중국인들의 반응은 표면적으론 비난 일색이다. 그런데 직접 얘기를 들어보면 다소 결이 다르다.

중국식 트위터인 중국 웨이보 이효리 계정. 2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댓글 2만7128개가 달렸다. 2019년 5월 이후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마지막 글인 생일 알림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용은 그대로 인용하기 힘들만큼 원색적인 비난이다. “너의 제삿날을 축하한다”는 글에 달린 ‘좋아요’가 3만 8000여 개. “쥐뿔이나 알고 말해라”, “앞으로 중국 들어올 생각마라”, “한한령 중단하지 마라”는 비방글에도 각각 수만 명이 호응했다.

중국 매체들이 쏟아낸 기사 댓글들도 마찬가지. “마오는 신과 같은 존재로 누구도 모욕해선 안 된다. 예전 같았다면 너같은 사람은 때려 죽여도 지나치지 않았다”, “너희 나라는 지금까지 위대한 인물이 나오지 않아서 마오의 위상을 모를 것이다”…

글로벌아이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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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이효리의 ‘마오’ 발언이 이 정도로 비난받을 일인가. 중국 지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중국 국정운영 자문기구인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50대 남성은 “마오란 성이 흔치 않기 때문에 그 말을 들으면 중국인들이 마오쩌둥(毛澤東)을 연상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마오쩌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별로 흥분할 일은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한 30대 직장 남성은 해당 영상의 중국어 번역본을 보라고 조언했다. 확인해보니 “마오 어때요?”란 대목이 마오쩌둥의 성인 ‘마오(毛)’로 번역돼 있었다. 그 역시 “처음 봤을 땐 몰랐는데 자꾸 그런 여론이 생기니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젊은층에서 마오쩌둥이 여전히 상징적 존재이긴 하지만 이렇게 반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1960~70년대를 살아온 세대라면 모르겠지만 이효리를 알만한 젊은층이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건 의아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댓글들을 읽어보면 누군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직접적으로 마오쩌둥을 언급한 것도 아닌데 그런 내용의 글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고, 댓글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인 전체 의견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한국 기자임을 감안해 그렇게 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여론의 감도차는 비교적 분명했다. 최근 미·중 갈등 속에 중국에서 불고 있는 애국주의 열풍이 온라인에서 발현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론 형성에 외부 개입이 있었기 때문일까.

박성훈 베이징특파원